1화. 레깅스 입고 도망칠 뻔했다 – 요가 첫날 썰
야, 너 요가 한 번도 안 해봤지?
형 얘기 하나만 해줄게.
요가를 시작한 건 말이지…
허리 아파서도 아니고, 정신 수양 때문도 아니야.
그냥,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가 그랬어.
“요즘 요가에 빠졌어요. 진짜 좋아요.”
“아… 저도 요가 한 번 해보려 했어요.”
입에서 튀어나온 거지.
그리고 다음 주, 강남 00요가 학원 앞에 선 나.
쭈그려 앉은 자세로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입장할 타이밍 못 잡고 있었지.
근데 말이야.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 형은 알았어.
이건 내가 알던 운동이 아니다.
이건 무슨 철학이야.
레깅스 입은 남자,
전갈 자세 잡고 있는 누나,
허공을 응시하는 강사님…
나는 반바지에 반팔 입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충격적 한마디.
“남자분도 레깅스 입고 반바지 겹쳐 입어주세요~”
… 레깅스를?
(여기서 포기할지 시작할지 결정됨.)
형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
그날 처음으로 타이즈라는 걸 입었다.
허벅지 라인 드러나는 그 검정 쫀쫀이…
거울에 비친 내 다리가 왜 이렇게 낯설던지.
다리가 아니라 자존심이 흔들렸다.
강사님이 말했다.
“요가는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그래서 웃었는데,
곧 깨달았지.
마음도 유연하지 않으면 찢어질 수 있다는 걸.
첫 동작, 다운독.
엉덩이 들고 팔 벌려서 버틴다는데
팔에 힘 들어가고, 땀 흐르고, 머리가 핑 돌더라.
솔직히 말해, 두 번째 동작부터 기억이 안 나.
근데 형이 말이야.
요가 첫날에 깨달은 꿀팁 몇 개 알려줄게.
1. 앞줄에 서지 마라. 내 꼴 보기 싫다.
2. 웃지 마라. 강사님한테 걸린다.
3. 반바지+레깅스 조합은 필수다.
아니면 민망함은 네 몫.
4. 내려갈 때 숨 쉬고, 올라올 땐 죽은 척해라. 진짜 진심이다.
끝나고 땀에 젖어 주저앉았는데,
그녀가 내 옆에 와서 말하더라.
“오늘 워리어 자세 멋졌어요.”
나? 그냥 중심 잡느라 허우적거린 거였는데.
근데 그 말에,
이상하게도 숨이 한 박자 길어졌다.
요가가 뭐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
그날 처음으로 하루가 조금 느리게 흐르는 걸 느꼈다.
몸보다 마음이 조금 내려앉는 느낌.
그게 나한텐 처음이었다.
그 후로 나?
주 3회 요가, 은밀하게 다닌다.
몸이 유연해진 건 모르겠는데,
삶이 유연해지는 느낌은 있다.
다음엔 말이지,
요가하는 남자들끼리 벌이는
워리어 자세 경쟁 썰 하나 풀어줄게.
그거 듣고 나면 너도 요가 시작할지 몰라.
형 이렇게 까지 써주는데
남자 독자분들은 구독과 ♡ 누르자..
다음화 예고
《2화. 워리어 자세에 진심인 남자들 –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 그날 이후, 내 안의 승부욕이 깨어났다.
요가 매트 위엔 진심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