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_캠핑 & 여행 크리에이터
'여행하면서 일도 하니까 정말 좋으시겠어요!'
오랜 시간 캠핑과 여행을 기록해온 크리에이터로서 참 많이 들어온 말이다. 생각해보면, 일과 여행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도 꽤 오래되었다.
아마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는 크리에이터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멋진 장면을 마주했을 때, 눈보다 카메라 렌즈로 먼저 시선을 향하게 되는 것. 어느새 자동처럼 작동하는 이 습관은 때때로 나 자신에게 묻게 만든다.
이건 여행을 하는 걸까, 일을 하는 걸까.
그래서 어떤 크리에이터들은 아예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일하러 가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여행을 '일'로만 규정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행은 일을 하기 위해서만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만 가는 것도 아니다. 여행하듯 일하고, 일하듯 여행하며 그 둘의 경계를 굳이 나누려 하지 않는다.
일하러만 간다고 생각하면 여행은 금세 고행이 되어버리고, 그저 쉬러만 간다고 하기에는 늘 일의 무게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억지로 분리하려 하면 어느 것도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행하며 틈틈이 일하고, 일하며 틈틈이 여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재밌게도, 그 틈새의 시간들이 가장 달콤하다. 뭔가를 다 해낸 뒤의 보상처럼, 아주 작지만 오래 남는 여운처럼. 꿀처럼 진하고, 조용히 마음을 감싸는 시간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캠핑의 경우에는 단순히 일로만 하기에는 엄청난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좋아서 하지 않으면 절대 계속할 수 없는 일들, 정말이지 '노동'에 가까운 순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텐트, 침낭, 의자, 테이블, 조리도구 등 다양한 짐을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 텐트를 치고, 그 안을 정리하고, 밥을 짓고, 불을 피우는 등 사소하지만 끊임없는 일과들이 이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이 없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캠핑을 일로만 하기는 어렵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이지만, 그 안에 좋아하는 마음이 더해지면 이 모든 과정은 오히려 휴식이 되고 치유가 된다.
사부작사부작 계속 무언가를 하며 손과 마음이 움직이는 동안, 머릿속은 잠시 고요해지고, 복잡했던 일상에서 멀어져 자연의 일부가 되어간다.
많은 떠남과 돌아옴을 거친 이제는, 안다.
호감의 불씨가 희미해질 만큼 지치고 힘들 땐,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일도, 캠핑도, 여행도 잠시 멈춤.
그래야 다시 좋아하게 되고,
이 마음을 부지런히 이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멈추는 법을 알게 되면, 비로소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천천히, 오래오래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 중에서
*본 브런치 스토리는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생활모험가 저/ 소로소로)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