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와도 일하지 않을 자유

누구와도 일할 수 있는 자유

by 생활모험가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 무라카미 하루키, <지큐 코리아> 2008.12 인터뷰 중에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큐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인세를 얻었지만 돈에 큰 욕심은 없고, 마음껏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퇴사 후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도 바로 '자유'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자유. 1인 기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을 오롯이 내 뜻대로 계획하고, 내 마음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그래서 하루키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시간이 주체가 되어 내가 원하는 일들을 즐겁게 해나가는 삶. 예전엔 미처 몰랐던 자유와 시간의 가치를,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혼자 일한다는 건 매우 자유롭지만, 동시에 때론 외로운 일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씩은 조직에 있을 때,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던 시간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노를 젓던 손끝에 힘이 빠지다가도 문득,
'이 작은 조각배엔 나만 타고 있구나' 싶은 마음에 다시 손에 힘을 주게 될 때,
결국 나를 일으키는 건 나일 때,
믿을 수 있는 것도 오직 나 하나뿐일 때.



뚜벅뚜벅 씩씩하게 걸어가다가도 그런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쩔 수 없다. 매번 순풍을 탈 수만은 없는 법이니까.예전엔 그런 고독 속에 조용히 빠져들어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독과 친구가 되어 함께 걸어나갈 여유가 생겼다.



반면,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도 있다. 매번 프로젝트마다 동료는 달라지고, 설령 조금 맞지 않더라도 '이번 일만 잘 끝내면 되지'하고 넘길 수 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진 않기에, 조금 삐걱이다가도 함께 방향을 맞추고, 결과물을 완성해내는 것. 그렇게 어쨌든 되는 쪽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것도 어른의 일하는 방식이니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다음에도 꼭 다시 함께하고 싶을만큼 손발이 척척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땐 마치 순풍을 탄 듯 모든 일이 놀라울 만큼 매끄럽게 흘러간다. 속도가 붙고 피로감보다 즐거움이 앞선다. 감사하게도, 그렇게 마음이 잘 맞았던 담당자들은 회사를 옮기고 나서도 종종 연락을 주고, 새로운 일들로 다시 손을 맞잡기도 한다.


작은 인연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순간들. 그럴 때면 혼자 일하는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



좋아하는 일을 할 자유, 내 시간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자유, 누구와도 일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누구와도 일하지 않을 자유. 오늘도 나는 자유라는 물결 속을 넘실넘실 유영한다. 누군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시간이라는 나만의 파도를 타기 위해.

-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 중에서





*본 브런치 스토리는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생활모험가 저/ 소로소로)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보러 가기

keyword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