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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모험가 Feb 09. 2018

아직, 겨울은 우리 곁에.

여전히 낭만적인 겨울 캠핑 하루  


겨울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엉금엉금 올 봄의 걸음은 유난히 느리게만 느껴진다.



혹독한 추위는 이제 겨울의 덕목인양 자연스럽고.

추우니 집에 있자가 아니라, 더 따뜻하게 입고 나가자며

패스츄리처럼 몇 겹의 옷을 껴 입는 우리의 모습 또한 겨울의 자연스러운 풍경마냥 익숙하다.



길고 긴 겨울밤을 함께 보낼 친구들도 하나하나 챙겨본다.

활자가 넘쳐 흐르는 도시에서 늘 읽다 말곤 하던 책,

우리의 자그마한 난로에서 구워먹을 고구마와 커피. 그래, 이거면 됐다.




겨울의 모험은 늘 영하의 혹독함을 동반하고

혹시나 싶어 더 껴입고 온 몇 겹의 옷이 든든하게만 느껴진다.

덕분에 눈 밭에 딩굴딩굴 굴러도 될 정도가 되었으니.





도시에서는 이미 녹은지 오래인 눈이 이곳엔 아직 소복하다.

눈이 참 흔하게 내렸던 올 겨울이지만 볼 때마다 늘 설렌다.





특히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설원에 첫 발을 디딜 때의 뽀드득 소리는

언제들어도 청량하고 또 청량하다.




사이좋게 오늘의 집을 짓고, 각자의 시간을 준비하는 우리.

나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그는 필름카메라로 우리의 풍경을 담아낸다.





함께 온 캠핑에서 갖는 각자의 시간은 늘 소중하다.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따로 또 함께인 이 애틋한 시간.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채우는 일련의 고독한 시간은
누구에게든 이따금씩 필요하리라.
혼자일 때 비로소 채워지는 퍼즐조각이 있을테니.





가끔가끔 고개를 쏘옥 내밀다 사라지는 햇살에서 야곰야곰 봄의 기운이 사라락 스쳐간다.

겨울의 맹공에도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햇살을 콕, 붙잡아볼까






우리가 사랑하는 캠핑의 밤.

살짝 눈을 머금은 장작은 제법 잘 타오르고,

도시에서 쌓였던 크고 작은 잡념들이 조금씩 흐려지다가 지워져버린다.

다시 쌓일 잡념일지라도, 괜찮다. 이 순간엔 화로 속에서 함께 타버렸으니까.





마침 올려다 본 하늘엔 총총 별들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문 밖을 나선 덕에 볼 수 있었던 풍경에 새삼 감사한 시간.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의 캠핑이었음이 분명한데

묘하게도 개운한 기분만이 잔뜩 차올랐다.





평소보다 더 겹쳐 입은 옷 덕분에 덜 추웠고,

바람이 불지 않은 덕에 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오래오래 불멍을 할 수 있었으며,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던 별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읽다말다를 반복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어 후련했으며,

생각도 못했던 소복한 눈 덕분에 더 낭만적인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의 개운함은 이 모든 사소한 행복의 조각들이 모인 덕분일테다.




아직, 곁에 있는 겨울의 어느 날.

오늘도 문 밖을 나서길 참 잘했다.







*글: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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