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에서 노닐다
늦여름 또는 초가을.
뭐라 정확히 정의내리지 않아도 좋을,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가버리고 마는,
일 년에 며칠 없을 이 계절 속에서 보내는
하루의 시간은 여느 때보다 짧게만 느껴진다.
물리적으로는 낮보다 밤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탓이라지만, 내 마음의 초침이 아쉬움을 향하고 있는 탓이 더 클 터.
무척이나 뜨거웠던 지난 계절의 잔상이 드리운 한낮. 그리고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아침과 저녁.
하루 동안 두 계절을 오가는,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황홀 속에서 머물기로 한다.
오늘 우리는.
그러고 보니 여느 때보다 더 멍하니 앉아있었던 것 같다. 무언갈 하다가도 멈칫멈칫, 느릿한 성격이 더 느긋해졌던 하루.
그 때마다 나는 계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계절의 소곤거림을 놓칠 새라, 놓칠 새라.
그리고 매번 하는 일련의 행위들에도 조금 더 정성을 들였던 것 같다.
마치 한 글자, 한 글자 꾸욱 꾸욱 눌러쓰는 손 글씨 편지를 쓰는 것 마냥, 그렇게.
매번 간단히 해결하곤 하는 끼니에도 아주 조금의 정성을 더 들여 보았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던 새우의 감칠맛이 제법 기분 좋았던 그날의 저녁.
아직 뜨거운 한낮과 서늘한 밤의 경계,
그것은 아무래도 가을에 좀 더 가까운
공기리라.
오래 머물지 않는 탓에 더 애틋한 이 계절.
서늘한 이 공기가 사랑스러워 잠못드는 가을밤,
유난히 모닥불의 온기가 따사롭고 또 따사롭다.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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