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판별기 : 호의로 본 본성
사람 판별기 : 호의로 본 본성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가면을 쓴 사람들을 만난다.
미소 뒤에 숨긴 진심과 예의 바른말속에 감춘 탐욕 가득한 속내.
그 가면을 벗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가 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그게 무엇일까?
그건 최대한 잘해주고, 호의를 베풀어보는 것이다.
이 단순한 행위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
좋은 사람은 그 호의를 갚으려 애쓰고 못된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마치 물에 비친 검은 그림자처럼 호의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투영한다.
호의를 베푸는 건 상대를 시험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약간의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이 작은 선의가 천천히 쌓이면 반응이 나온다.
대리 1년 차가 되자 조금 여유가 생긴 날이 있었다.
팀 내 다른 파트였던 허 과장이 이틀 동안 금요일까지 마감해야 할 자신의 일을 끙끙거리며 머리 싸매고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다가가 선뜻 말했다.
"선배 머리 아픈 거 있으면 조금 도와드릴게요"
허과장은 매주 금요일까지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번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스스럼없이 허 과장의 일을 퇴근시간이 지나고 야근시간이 끝날 때까지 도와주었다.
일이 모두 끝나고 일주일이 지날즈음 이제는 내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허과장이 내 자리로 슬며시 오더니 지난번 일을 이번에도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선의를 베풀어 한번 더 도와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후로 허과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또 시키며 이제는 스스럼없이 말했다.
"지난번에 했던 거 이제 네가 더 해줘야지"하며 권리를 주장했다.
순간 분위기는 적막해지고 그에게 정색하며 단호하게 "호의는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았고 그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추가 업무를 자원하면, 좋은 상사는 "고마워, 보상할게" 하며 나중에 뭔가 도와 줄일은 없는지 미리 알아내어 팁을 준다.
하지만 가면을 쓴 상사는 "이제 네가 다 해라" 하며 부담을 더한다.
조금씩 자신의 짐을 다른 사람에게 부담하면서 점점 그걸 자신의 권리로 가져간다.
진정성 있는 호의는 가을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좋은 나무는 탱글탱글한 열매를 맺고 썩은 나무는 진저리 치며 잎만 떨군다.
바람이 불면 마침내 아래에 있던 진짜 뿌리가 드러난다.
진심 없는 미소 뒤에 숨긴 탐욕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진심으로 호의를 보여주면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물론, 이 방법이 완벽한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처음엔 호의를 이용하다가도 시간이 지나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호의는 반짝이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상대의 깊게 숨겨진 잔잔한 내면을 본다.
너무 과도하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
호의는 선물이 아니라,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강물처럼 흐른다.
맑은 물은 더 맑아지고, 탁한 물은 더러움을 드러낸다.
잔잔한 내 마음속 강가에 서서 물결을 지켜보면 아득하게 깊은 그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면을 벗기는 건 결국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다.
호의를 베풀며 관찰하면 쓸데없는 관계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좋은 사람과 더 깊은 유대를 맺고 못된 사람에게는 거리를 둔다.
삶은 짧다.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을 보는 법을 알면 자신의 삶이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인간관계는 씨앗과 같아서 좋은 땅에 심으면 꽃이 피고, 메마른 땅에 심으면 가시가 돋는다.
그 차이를 느끼는 순간,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선명한 그 세상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