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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un 10. 2024

외유내강 인간이 되고 싶은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지나온 삶에 후회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미성숙한 인간이다. 


최근에 70세가 넘는 두 분을 인터뷰했다. 한 분은 이름만 대면 아는 밀리언셀러 작가고, 또 한분은 창작판소리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판소리 명창이다. 두 분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청년시절과 지금 어떤 것이 달라졌냐고 물었다. 


한 분은 내게 "그 시절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사람 말이 틀렸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달랐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틀렸다고 했던 자신의 생각이 편협했다고 덧붙였다. 패기 넘치던 시절이었고,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싶었던 정의감에 불타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분은 내게 "오십 년 동안 자칭 '광대'라고 떠들었는데, 사실은 지성인으로 살길 바랬다"라고 말했다.

광대라고 하면,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웃음과 해학을 줘야 한다는 것.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어린아이들이나 청년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판소리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인터뷰라 이런 소리를 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지난날 더 성숙한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인기를 얻지 못한 드라마였지만, <비밀은 없어>에서 좋았던 장면이 있다.

잘 나가는 선배 아나운서가 어느 날 프리랜서로 전향을 한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던 후배 아나운서도 그를 뒤따라서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얼떨결에 사표를 던지고 프리랜서가 된 그는 그 선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온갖 행사를 뛰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파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힘들어 보였지만, 선배는 웃으면서 후배를 맞아준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더 잘할 거야. 너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이 말은 아나운서 시절에 선배가 아나운서로 상을 받을 때도 후배에게 했던 말이다. 그는 후배에게 용기를 주는, 진정으로 후배를 아껴주는 선배였던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 장면 하나만 딱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떤 선배였을까.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 나는 나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매거진을 잘 만드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 일에 대한 마음이 컸다. 그러니 후배가 하는 일이 마음에 찰리 없었다. '라테는 말이야'라는 말을 밖으로 뱉지는 않았지만, 혼자 머릿속으로 수십 번을 반복하며 후배의 열정을 믿지 못했다. 뭘 하나 시켜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 내가 후배에게 "너는 더 잘할 거야"라는 말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말 한마디가 뭐라고 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선배였을까. 



우리는 모두가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산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더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후회가 없는 삶은 성장조차 하지 않는 죽은 나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우리 집에 예쁜 고사리과 식물이 있다.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야리야리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화분을 고를 때도 고민을 했었다. 모던한 제품이 좋을까. 유럽풍 스타일은 우리 집에 잘 어울리지 않을 텐데. 그래도 매번 똑같은 스타일의 토분은 어쩐지 내키지 않아 빈티지한 유럽 스타일의 하얀 화분을 골랐다.


연둣빛을 띠는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새싹도 잘 올라오는 편이라, 아침마다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새싹이 올라올 때 고사리처럼 잎이 말린 형태로 올라와서 처음에 잎이 말라 비틀어진 것이라 착각하기도 했었다. 


이내 작은 잎사귀가 몽글몽글 펼쳐지고, 아주 연약해 보이는 연두색 이파리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초록색으로 변해간다.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는 습도가 낮으면 잎이 갈색으로 변해서 물분무를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물 주기에 신경을 써야 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둬야 한다. 직사광선이 심하면 식물의 잎이 탈 수 있어 반양지 정도가 좋다.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를 보고 있으면,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악수를 하자고, 먼저 손을 뻗는다. 먼저 손을 뻗어 보이는 사람을 거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손을 내밀면, 있었던 오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는 법이다. 


지나간 순간을 떠올리면 부끄러을 때가 있다.

예전에 써 놓은 글을 꺼내 읽을 때처럼, 지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보지 않는 것이 답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나간 것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지난날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는 것처럼, 작은 조각의 순간이 모두 나의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어디서 어떻게 만난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나는 누군가가 내게 쏟은 만큼의 따뜻한 감정을 다시 돌려줬는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 hyo. 우리 집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



나는 손을 내미는 것에도 인색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어려운 사람이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진심을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 그런데 아디안텀 미스티클라우드는 발랄하고 애교도 많아 보인다. 새 가지와 잎을 축축 늘어 뜨리며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연약하지만, 강해 보인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듯이, 겉모습은 부드럽게 보이지만 마음에는 강단이 있는 식물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는 없는 그런 유연함과 강단이 너에게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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