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데님, 아버지의 작업복

-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by 블루 캐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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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9191139318.jpg < 아버지의 일터 >










천막을 만들던 천을 이용하여 만든 광부를 위한 질긴 '작업복'. 그것이 청바지 탄생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blue-collar는 생산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파란 작업복을 입은 것에서 유래한다. 데님의 파란색. 정확히 말하면 인디고 염색을 한 이 옷을 알게 된 건, 아버지의 작업복을 통해서였다.




아빠 작업복.jpg < 아버지의 작업복 >



금형 기술자이자 설계자인 아버지에겐 샤프와 지우개, 공학용계산기와 빵빵이라 불리던 제도용 자 그리고 정사각형이 빽빽한 커다란 모눈종이가 늘 한 몸처럼 따라다녔다. CAD가 없던 시절 얇은 샤프심이 아버지의 손을 타며 정밀한 설계와 숫자를 만들어냈다.그것은 묵직한 쇳덩어리로 재탄생 되어 자동차 안에서 뜨겁게 숨 쉬는 심장이 되었다.현장 일을 함께 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작업복은 늘 기름때에 절어 있었다. 쇠붙이와 불과 기름이 도처에 있어 내구성 좋은 데님 소재의 작업복을 항상 입으셨다.



청바지와 데님이라는 명칭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하면서 더러워진 그 옷을 뜨거운 물에 퐁퐁과 가루비누를 한껏 풀어 넣고 불린 뒤, 여러 차례 헹궈내고 세탁기로 빨아낸다.탈수하고 꺼내면 약간의 쇠 냄새를 머금었지만,다시 파랗고 깨끗해진 작업복을 아버지는 기분 좋게 받아 출근 하셨다. 이것이 내 인생 태초의 데님이다.



현재는 현장 업무만 하고 계신 아버지.예전처럼 다양한 작업복은 아니지만 여전히 데님과 함께 하신다. 오늘 욕실 바닥에 벗어 놓은 작업복의 더러움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깨끗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마치 일부러 옷을 코팅한 듯 오염이 재미나게 묻어 있다.아버지의 기름 묻은 작업복은 내게 데님의 박을 입혔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스며들어 훗날 청바지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이끌어 낸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 작업복과 함께 했던 아버지의 분신들 >









안녕하세요? "나의 데님로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저와 데님의 연결고리를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 찾아 갑니다. 혹은 그 길 목에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봅니다. 어딘가에서 제 이야

기를 봐 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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