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코
하우스 MD 시즌 4. Ep. 3.
STARK : I thought melanoma was skin cancer.
WILSON : Technically, it's cancer of the pigment cells, the same cells that give your iris its color.
STARK : Cancer. Why not? What else can God throw at me?
HOUSE : Hail. Locusts. Smiting of the firstborn. Course, it all depends on how evil you've been.
백색종은 피부암 아니었나요?
-정확히는 색소 세포에 생긴 암입니다. 홍채에 색을 띠게 하는 세포와 같은 종류죠.
암이라. 신께서 저한테 또 뭘 더 주실 수 있죠?
-우박, 메뚜기 떼 아니면 첫째의 저주를 내린다거나.. 나쁜 짓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다르지.
WILSON : House.
STARK : If it's cancer, it's spread everywhere, right? It's what's in my lungs, my kidneys?
WILSON : There is a chance, by removing the eye, get the primary tumor, and three courses of radiation, that could...
STARK : Could? What? Few months? Years?
WILSON : More likely months. STARK : Any of your other doctors have any cheerier diagnoses?
-선생님.
암이면 온몸에 퍼지는거죠? 폐랑 신장에 생긴 게 그거예요?
-안구를 제거해 최초 종양을 없애고, 방사능 치료를 세 번 정도 받으시면, 그럼
그럼 뭐요? 몇 달, 몇 년 더 사나요?
-.. 몇 달이 될 겁니다.
기운 나는 진단을 내려주실 선생님은 없어요?
HOUSE : If they do, they're wrong. This is the answer. It's the only way to help you.
STARK : I already can't walk. I can't eat. You're telling me that the rest of my life... is in this bed... puking and in pain?
WILSON : We can manage the pain.
STARK : I'd rather just get this over with. I've been trapped... in this useless body long enough. It'd be nice to finally get out.
-있어도, 틀린 진단이겠지. 다른 방법은 없어요.
이미 걷지도 먹지도 못해요. 남은 인생을 이 침대에 누워 통증에 구토나 하면서 보내라는 겁니까?
-통증은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냥 여기서 끝내 주세요. 이 쓸모없는 육체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어요. 이젠 벗어나고 싶어요.
HOUSE : Get out and go where? You think you're gonna sprout wings and start flying around with the other angels? Don't be an idiot. There is no 'after', there's just 'this'.
WILSON : House!
-벗어나서 어디로 가게? 갑자기 날개라도 돋아서 천사들이랑 날아다닐 것 같아? 멍청하게 굴지 마요. 이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어. 이것뿐이지.
-선생님!
WILSON : You can't let a dying man take solace in his beliefs.
HOUSE : His beliefs are stupid.
WILSON : Everybody lies. Some for good reasons, some for bad. This would have been a fantastic reason to lie!
HOUSE : Hi! Greg House.
WILSON : Why can't you just let him have his fairy tale? If it give him comfort to imagine beaches and loved ones and life outside a wheelchair...
HOUSE: Are there 72 virgins too?
-죽어가는 사람이 위안 삼는 생각에 꼭 그러셔야 해요?
-멍청한 생각이니까 그렇지.
-모두가 거짓말을 해요. 선의의 거짓말일 때도 아닐 때도 있죠. 이거야말로 최선의 거짓말 아니예요?
-안녕하십니까? 그레그 하우스라고 합니다!
-왜 환자의 환상을 못 깨서 안달인 거예요? 해변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휠체어 밖 삶을 상상하는 게 위안이 된다면 ..
-거기 72명의 처녀도 있는 거고?
WILSON : It's over. He's got days, maybe hours left. What pain does it cause you if he spends that time with a peaceful smile? What sick pleasure do you get in making damn sure he's filled with fear and dread?
HOUSE : He shouldn't be making a decision based on a lie. Misery is better than nothing.
WILSON: You don't KNOW there's nothing. You haven't been there.
HOUSE : Oh, God, I am TIRED of that argument! I don't have to go to Detroit to know that it smells.
WILSON : Yes. Detroit. The Afterlife. Same thing.
-됐어요. 기껏해야 며칠, 아마 몇 시간밖에 안 남았어요. 마지막을 평온히 보내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대체 뭐가 좋다고 환자를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죽게 하는 거냐고요.
-거짓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려선 안 돼. 비참한 게 낫다고.
-죽음 다음에 뭐가 있는지 선생님도 모르시잖아요.
-이 얘기 정말 지긋지긋한데, 디트로이트가 냄새나는 동네인 걸 꼭 가봐야 아나?
-네, 디트로이트와 사후 세계요? 어지간히도 똑같겠네요.
폴바셋 앞 횡단보도부터 갤러리아 앞 횡단보도까지. 정확한 거리는 모르지만 나는 거길 죽음의 코스, 라고 칭한다. 그냥 내 맘이다. 진짜 죽을 것처럼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리가 부서질 것처럼 뛰어야 한다.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켜지려는 저 신호등의 점멸이 그냥 기나긴 대기의 시작이 아니라, 놓치면 안 되는 인생의 비행기인 것처럼 뛰어야 한다.
며칠간 그 코스를 안 지나쳤다. 그 횡단보도들 말고, 컨벤션센터 바로 앞을 지나는 길을 달렸기 때문이다. 의도한 게 아니다. 집을 나와 그쪽의 횡단보도가 더 빨리 초록불이면 그쪽으로, 저쪽이 더 빨리 켜지면 그쪽으로 하는 식이다.
나이트 끝나고 1시까지 잤다가, 다시 세 시부터 여덟 시까지 잤다. 그 사이에 시간에 밥도 먹었다. 그래서인지 잘 달렸다. 근데 초반에 신나서 너무 전력을 썼는지, 절대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중간에 조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십 초든 오 초든 거기서는 걸으면 죽음뿐인데. 진짜 죽지는 않지만 까딱하면 정말 영원히 안 켜지는 그 신호등 신호를 멍청하게 기다려야 한다. 나는 그걸 작년에 알아낸 후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구간에서는 한 번에 신호를 통과하려 한다.
그렇게 됐다. 누구든, 잔뜩 뛰다가 거기서 5분 정도를 서 있기만 해야 한다면 그럴 것이다. 죽을 것처럼 달려야 한다.
근데 괜찮았다. 몇 걸음 걷고서 다시, 안돼진짜죽어 하면서 달렸기 때문일지도. 32초쯤에 카운팅이 시작되는 그 횡단보도에 들어서는 터덜터덜 걸었다. 그 정도로 걷는 건 봐준다. 거길 무사히 통과했으니 된 거다. 그러고 나면? 호수공원에 이르기까지 그늘과 내리막길의 콜라보. 그래서 괜찮다.
듣고 싶은 노래도 없고, 보고 싶은 것도 없고, 그런데 잠이 너무 왔다. 삼남매의 사직 이후 새 팀원이 될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이간질하며 기싸움하는 게 지겨워 손이 안 갔던 하우스를 다시 틀었다. 안 되는 영어에 그냥 들으려니 어차피 뭔 내용인지도 몰랐다. 대충 들리는 걸로도 좀 심상찮길래 들여다봤는데 저런 상황이었다. 드라마지만 아마 저 똑똑하고 잘생긴 의사 둘을 때면 정말 현실 같은 저 장면.
환자가 숨을 잘 쉬지 못하자 의사들은 흉수를 빼기로 결정한다. 암이면 그게 시뻘겋게 나와야 하는데 그냥 누런 색이었다. 진단이 잘못됐다는 걸 그들은 그제서야 안다. 약만 먹었으면 안 죽었을 걸. 그리고 그는 오 분이 채 되지 않아 숨을 거둔다. 사실 환자는 암이 아니었고 사상충 약인지 뭔지를 처방받았으나 먹지 않아 죽은 거였다. 근위축증 환자로 살며 휠체어에 앉아 그의 안내견과 생활한 젊은 남자의 최후.
오진인지 아닌지는 뭐.. 내가 알 길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짧은 영어에도 들렸다. 이 몸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남은 생 구토나 하면서 고통스럽게 이 침대에 처박혀 있어야 하냐고. 그러게.
죽음은 그런 거던데. 칵 하고 깔끔히 숨이 끊기는 게 아니고 사실 그런 거던데. 진통제? 항구토제? 그게 필요할 정도라면 사실 다른 건 아예 불능이라는 소린데.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우울도, 불평도.
그리고 병원에서는? 귀찮음을 애써 감춘 간호사와 의사가 오지. 삶의 마지막은 그런 거였다. 내가 보기로는 그랬다. 드라마니까 원샷으로 보여 주지 실제로는 특별하지도 불쌍하지도 않고 관심도 못 받는다. 도움도 안 되고.
시뻘건 흉수 하니까 H가 생각났다. 아마 그 관을 그렇게 꽂고 열흘이 채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숨을 깔딱깔딱 쉬면서 짜증을 냈고 울부짖었고 소리를 질렀다. 새삼 독한 것을 보긴 했구나 싶었다.
이 드라마는 어느 선까지는 거짓말을 안 했다. 그래서 편하게 보기 좋았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탓에 보고 나서 그렇게 상쾌하지 않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이것만큼 거슬리지 않는 흥밋거리가 잘 없었다. 그래서 찾게 되는지도 몰랐다. 그 죽음의 코스를 성공적으로 뚫고 토요일 저녁의 사람 많은 공원을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동기가 다른 부서로 한 명 가버린 탓에 차라리 앞으로 스케줄을 맞추는 건 더 쉬울 것 같았다. 여기 야장 오자고 할 거다.
내일은 일요일. 아마 이렇게 몸을 썼으니 잠도 잘 올 것 같았다. 그러고 데이 출근하게끔 내일도 비슷하게 잠들면 될 것 같았다. 사람들처럼 아메리카노나 마실까 하다가 그걸 사면 남은 길은 그 컵을 들고 비틀비틀 돌아다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800원짜리 빠삐코. 진짜 이래도 되나 싶게 맛있었다.
당류 22g, 탄수 28g. 가격이 싸고 무게감이 없어 그렇지 맛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너무 달아서 절반은 버려나 하나 생각했다. 항상 이런 걸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성분은 거짓말을 안 한다. 백날 몇 만원짜리 프로틴바에 쿠키를 박스째로 사 봐야 천 원도 안 하는 이 쭈쭈바 하나를 못 이겼다.
갑자기 너무 비장하고 거창한 것 같아 어디다 말하기도 좀 민망한 감상. 다 거짓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하우스에는 정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오랜만이었다. 숨 넘어가려 하는 엉망인 몰골의 환자를 두고도, 비참한 진실이 낫다며 일갈하는 주인공과, 그런 그에게 왜 조금의 환상도 지켜주지 못하냐는 상대방. 내게 더 편한 것은 어느 쪽일까.
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사실은 두 쪽의 입장 모두를 대변할 수 있다. 거짓말, 거짓말이라. 알면 달라지는 거? 없지. 나는 내 삶이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주길 바라나. 현실은 저 드라마보다 더 외롭고 지저분하고 추한걸.
겸손해야겠다는 생각뿐. 당장은. 그리고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