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진짜 이유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다

by 오래피스 orapeace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나는 왜 이렇게 실수투성이야?"

우리는 흔히 이렇게 자기 비유의 말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단순히 자존감이 낮아서일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운 공식이 있었다.

착해야 사랑받는다

잘해야 인정받는다

완벽해야 함께 있다


100점을 받았을 때만 웃어주시던 부모님.

착하게 행동했을 때만 들려주셨던 칭찬.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조건부 사랑을.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잘하는 나'만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만들었다. 사랑받을 수 있는 나를.

부모님이 좋아할 나, 선생님이 칭찬할 나, 친구들이 부러워할 나, 회사가 원하는 나.

마치 배우처럼 수십 개의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35년쯤 살다가 무대에서 내려와 혼자 있을 때, 거기서 나는 길을 잃었다.




회사에서는 늘 완벽한 직원이 되고 싶었다.

늘 괜찮다며 웃고, 늘 긍정적이고,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그런 직원이 되고 싶었다.

집에서는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이고 싶었다.

소리 지르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항상 이해해 주는 그런 엄마, 그런 아내가 되고 싶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과 '오늘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매일 밤 가면을 벗으면 남는 건 공허함뿐이었고, '이게 정말 나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어떠한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대답이 무서워서 계속 가면을 쓰고 살았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날까?' '진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서워서, 나는 35년째 가면을 쓰고 살았다.





육아와 건강상의 이유로 그토록 애착했던 회사를 떠나야 했던 순간, 그 순간 모든 가면이 벗겨졌다.

'성공한 나, 인정받는 나, 자랑스러운 나..' 모든 정체성이 한 번에 사라져 버렸다.


재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나이의 제약,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매번 거절당했다. 그런 메시지들이 쌓일 때마다 깨달았다. 내가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절망적인 순간에 우연히 책에서 접한 내용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인식은 전두엽, 특히 내측 전전두피질에서 형성된다. 흥미로운 건 이 영역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자신을 볼 때조차 타인의 눈을 빌려 본다는 것이다.


2019년 하버드의 사회인지 연구팀은 자기 평가 실험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타인의 평가를 자주 떠올리는 사람일수록 자기 호감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였다.




이 과학적 사실을 알고 나서야 이해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문제였다. 나는 사회적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무 직업이 없는 주부라는 나 자신을 나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학이 나를 납득시켰다.

'나는 가치 없는 존재다'가 아니라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구나'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가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자기 가치라고 착각하고 있구나'


내 뇌는 타인의 시선과 자기 인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문제는 자존감이 아니었다. 문제는 자기 인식의 왜곡이었다.


그 절망의 순간에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일기였다.

처음엔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했다. 긍정적인 내용만 적으려 했다. 그러자 30분 동안 한 줄 써내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건 내 일기장이야.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아무렇게나 막 적으면 좀 어때?'


추악한 내 감정들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친구의 성공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질투와 시기로 가득했다.'


'아이에게 화를 냈다. 내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후회했다.

나는 최악의 엄마인 것 같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한가?'


이렇게 솔직한 감정들을 적어 내려 가는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화내는 나도 나다. 무너지는 나도 나다. 왜 내가 불안해하는지, 왜 내가 슬픈지 그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숨기려 했던 감정들, 부끄러워했던 생각들이 사실은 지극히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투하는 나도 나다.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존재의 일부였다.


5년간 1800편의 일기를 쓰며 점점 더 깊이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왜 내가 화나는지, 나 자신의 감정의 뿌리를 하나씩 찾아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숨기려 했던 모든 모습들이 사실은 나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다웠고 그래서 사랑스러웠다.

자기 사랑이 무엇인지 진짜로 깨달았다. 자기 사랑은 나의 장점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 나의 어둠과 그림자, 실패, 상처, 부족함까지도 모두 포용하는 것이었다. 모든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화를 내는 나도 나다.

불안해하는 나도 나다.

때로는 비겁하고 이기적인 나도 나다

질투하고 원망하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나도 모두 나다.



이 모든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진짜 평화가 찾아왔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는 자존감,

외부의 성공이나 실패에 흔들리지 않는 내적 안정감,

내가 나에게 주는 사랑...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도 진짜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가면을 벗고 진정성을 보여줄 때 사람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 오히려 더 깊은 연결이 생겼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단순했다. 매일 5분씩 나와 마주하는 시간. 하루에 딱 5분, 일기를 쓰는 시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5분도 안 걸리는 일기 속에서 오늘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 어떤 순간에 행복했는지, 내 감정의 패턴을 발견하고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면서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다.


1. 다른 사람의 시선에 덜 신경 쓰게 되었다.

2. 내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3. 실패해도 자신을 책망하지 않게 되었다.

4.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진짜 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짜로 완벽한 나만 보여주려고 했고, 진짜로 불완전한 나는 숨기려 했기 때문이다.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 딱 5분을 내어 솔직하게 오늘의 감정을 써 내려가 보자. 매일 5분이면 된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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