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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연 Apr 10. 2024

반려견 양육시대-2화-  첫기억에 대해

#1 첫미용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의 관계는 더 끈끈하고 단단하다!

20년을 넘게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들은 의리있고 기억력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도 안되고 실망감을 주어서도 안된다. 내가 반려견미용을 하면서 나의 일에 대한 모토처럼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비단 미용사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보호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가지 기억나는 스토리를 먼저 이야기 해보겠다.     


#1 첫기억!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배넷미용(생애 첫미용)을 하러 나에게 왔다. 아주 작은 말티즈 견종으로 첫미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던 보호자분이 충분히 탐색 후에 나에게 의뢰를 해주셨다. 2키로도 안되었던 그 친구는 미용하는데 필요한 학습이 마치 되어있는 아이처럼 순조롭게 가위와 빗질에도 호의적이었다. 어느 정도 기초 손질 후 목욕을 시키기 위해 욕조에 넣고 샤워기를 틀고 물 온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아이 엉덩이부터 물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세수를 해야하는데, 이 세상 텐션은 저리가라였다. 거부하고 물고 소리지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는 것 아니겠는가? 어쩐담... 이럴 땐 등에서 식은 땀이 나고 인중에서 땀이난다. 이 작은 친구를 다치게 해서도 안되고 놀라게 해서도 안되는데 이미 이친구 놀랐고 화가 많이 났다.

순간 두뇌를 회전시켜서 왜 이 친구 이렇게 화가 났을까 탐색을 해보았다.

빗질도 괜찮았고, 가위랑 기계소리도 괜찮았는데.. 그리고 샤워기로 물틀고 몸 샤워도 괜찮았는데.. 왜 화가났지?’ 생각해보자.. 되세겨 보자..  ‘아!!! 얼굴! 세수!’

맞다. 세수하려고 하니 난리였고 싫어했다. 순간 아이의 표정을 보니 싫다기 보다 무서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커지고 콧구멍이 커지면서 화가 났다기 보다 울기 일보직전의 표정이 었다. 나는 강아지 친구들의 그런 눈빛에 마음이 너무 아픈데 이 친구 왜그럴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샤워기를 우선 끄고 손으로 물을 조금씩 묻혀서 세수를 했다. 한번 두 번, 터치를 해보니 아이가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무사히 목욕을 마치고 드라이를 했고 이후부터는 순차적으로 진행을 할 수 있었다. 다행인건 목욕할 때 내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나를 봐주는 눈빛이 부드럽다. 미용도 그렇고 발톱깍는 것도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친구의 상황에 대해 보호자분과 상의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혹시 000 이가 집에서 목욕을 한 경험이 있나요?” 하고 묻자,

“네 , 있는데 얼굴을 싫어해서 샤워기로 부었어요.. 그렇게 하면 안되나요? 많이 싫어하던데..”  하며 걱정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선 싫어하는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싫어하고 무서워할 행동을 하셨어요..” 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만 말했다면 보호자는 죄책감에 마음이 너무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라고 말이다. 맞는 말 아닌가?

앞으로 20년을 넘게 살텐데 강아지가 무서워하고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강아지 목욕시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했다. “샤워기보다는 다른 것으로 이렇게 사용하시는게 아이가 부담을 덜 느낄거에요.. 해보시고 혹시 어려우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이미 무서움을 알아서 한두번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역정내시거나 화내시지 마시고 어려우시면 제가 맞춰볼게요.” 라고 다시 한번 전달했다. 다행스럽게도 보호자와 소통이 잘 되었고 목욕시키는 방법이나 세수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고 이 친구의 세수는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때로는 방법을 몰라서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놀라움이나 상처를 줄 수가 있는데 그럴 때 나와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기를 적극 추천하고 권장한다. 최대한 이 친구들 입장에서 안전한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에서나 미용실에서나 이 친구들에게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해야하고 일정하고 균일한 태도를 해야 한다. 사람도 집과 밖이 다르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듯 강아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어렵지 않다. 눈을 바라보고 나의 입장이 아닌 강아지 친구들 관점에서 상황을 한번 보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 친구들과 눈 마주침을 자주 하고 친구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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