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외로움
병원에 갇힌 엄마를 보고 온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삼촌은 말씀하셨다.
마음속에서 왈칵 치솟아 오르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음속엔
내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허망함만 가득했다.
엄마에 이어 언니를 입원시킨 후라 더 그랬다.
졸지에 혼자가 된 난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어쩌면,
삼촌 눈에는 그게 보였을지도...
고르고 골라 내뱉은 말은 겨우 그것이었다.
그 문장 하나만 내뱉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억눌러야 했는지 모른다.
목 안으로 욱여넣은 문장들이 튀어나오려 발악질해서
토할 것 같았다.
난 겨우 참고 있었다.
스물셋,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고 살던 한 존재가
갑자기 날 것 그대로의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것은 공포였다.
삼촌은 할아버지와 고모, 엄마까지 책임지며 살았다.
3명의 조울증 환자를 돌봤던 삶.
그 대단한 히스토리 앞에서 막막함은 더 커졌다.
그렇게 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보호자'라는 단어가 참 무겁고 웃겼다.
너, 나를 만나 이렇게 우스워져도 되는 단어니.
틈만 나면 그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비겁해서 그래.
용기가 없어서 그래.
마지막 그은 선 하나를 못 넘어가서 그래.
차라리 넘으면 너는 편할 텐데...
끝없는 자책이 이어졌다.
그 순간의 난, 차라리 미치고 싶었다.
정신 병원에 들어간 게 나이고 싶었다.
타인의 인생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현실은 그게 아니라서,
그 '상상'속으로 자주 도망갔다.
딱히 한 것도 없으면서 그랬다.
보호자가 처음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사는 게 힘들어서
갖가지 이유로 난
불성실하고 부족한 보호자였다.
면회를 자주 가지도 못했고
간식비를 넉넉하게 넣어주지도 못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난 그들을 연민하지 않았다.
그들이 부러웠다.
셋 중 하나만 정상이라면
그 세상에서
정상이 아닌 것은 누구일까.
나는 외로웠다.
혼자라서
정상이라서
정상이 아니라서
문득문득 미치도록 외로웠다.
그때의 우린
모두가 혼자였다.
홀로 힘겹게
그 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