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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맨데이 Oct 16. 2024

꾸준하다는 것

일상이 아름다운 이유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보내고 있는 일상이 가치가 있는가?'


일상이라는 것은 느리지만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처럼 자극적이기보다는 건강하고 정갈한 음식처럼 맹숭맹숭하다. 그 재료를 꼭꼭 씹어 먹어보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 그 가치를 느끼기도 전에 꿀꺽 삼켜버린다.


우리는 어떠한 결과도 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흘려보낸 시간에 대해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의 가치를 찾아볼 수 있을까?





최근에 재밌게 본 콘텐츠가 있다. 바로 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흑백요리사>이다. 미국에서도 비영미권 콘텐츠임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물리치고 순위권에 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즌이 끝나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패러디를 만들어내며 현재까지도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좋아할까? 나는 무엇을 봤고 무엇 때문에 즐거워했을까?


평소 영상을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백수의 특권으로 잉여시간이 생기면서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영상을 틀어봤다. 그리고 4화까지 나왔던 내용을 정주행 해버렸다. 제한된 시간과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려는 요리사들의 노력, 그리고 노련한 요리사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채점 기준을 유지하고 참가자 못지않게 진지하게 심사를 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마음속에 울렁임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흑수저, 백수저'와 같이 자극적인 라벨링을 통해 이슈몰이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흑수저 백수저라는 라벨링을 통해 그 사이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모습, 오랜 경력과 시간을 통해 확실한 리더십으로 이끌어가는 모습, 정상위에 있음에도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많은 것을 이룬 뒤에도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일상의 성실함이 지루함으로 다가왔을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던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젔잘싸, '젔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로 떨어진 참가들이 남긴 말이다. 누가 보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많은 요리사들이 경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그저 타인과의 요리대결이 아닌 '요리'라는 좀 더 궁극적이고 즐거움의 대상을 향해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참가자들로부터 전이된 마음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끼며 즐거워할 수 있었다.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다. 무엇인가 확신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지는 것 또한 어렵다. 누구나 뚜렷한 결과물이 없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매일 하고 있는 그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 방황하는 마음이 싹틀 때가 있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는 <흑백요리사>에서 최종우승이라는 결과물이 아닌 이 프로그램 전에 그들이 겪고, 무수히 쌓아왔을 시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열정으로 만들어진 숙련된 모습은 그들이 겪어왔을, 한없이 지루하고 힘들었을 시간을 공감하기에 받는 감동이 있다. 그 열정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로 붉게 타오를 수도 있고 잔잔하지만 파란색의 뜨거운 불길로 일상에서 조용히 타오를 수도 있다. 내가 가는 길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함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함을 통해 그 길을 가치 있게 만드는 시간을 보낸다. 꾸준함으로 날이 잘 드는 칼처럼 자신을 단련시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아름다우며 그렇기에 우리의 일상 또한 아름답다.


맹숭맹숭한 건강식과 같은 아름다운 일상을 보내는 개복치들을 응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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