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야 위야 위야, 한입에 채하는 위야
어느 날 모임에서 위의 상태가 안 좋다며 술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 에이~ 술은 정신력으로 마시는 거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신력… 위가 정신력으로 단련시킬 수 있는 아이라면 나의 정신력은 바닥일 것이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술이 당기는 날.
애초에 술을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가끔 분위기를 내고 싶은 마음에 다 마시지도 못할 맥주 한잔을 딴다. 그러나 몇 입 마시지 못하고 금세 들어가는 속도가 떨어지고 남은 맥주는 그저 액체가 되어 버려진다. 사실 마시라면 마실 수 있지만 워낙 액체의 음용량이 적어 몇 입을 마시면 맛이 없어진다.
다른 음식은 어떨까? 평소 ‘그게 다 먹은 거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양이 많지 않고 고기보다는 채소를 좋아한다. 토속적인 입맛이라 나름 건강식으로 불리는 재료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별로 식욕도 없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별로 없어 1/3인분만 먹어도 남들 1인분 다 먹은 것처럼 금방 배불러 먹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과거의 나는 잃어버린 듯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식욕이 터져 이제는 어디 가서 1인분은 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바뀐 것은 나의 식성일 뿐 몸은 그대로였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고기가 당겨 욕심을 부린 며칠이다. 3일 내내 스테이크, 고기덮밥 등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그래도 1인분 이상 먹어본 적은 없다) 그리고 늘어난 양에 신기하면서도 소식할 때는 마음껏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마음껏 먹었다. 나는 나의 식성과 식욕이 나의 몸이 허락한 것인 줄 착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흥청망청 먹었던 나의 과오로 돌아온 것은... 병원 약이다. 양도 늘고 먹고 싶은 음식 들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술맛도 알아버려 가끔 생각나지만… 내 멋대로 먹어서는 도저히 위가 버티지 못한다.
위가 내리는 처방은 ‘소식’이다.
조금만 배부르게 먹어도 바로 채하고, 고기가 당긴다고 여러 번 먹으면 바로 위염행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최근 음식에 욕심을 부려 위가 나빠지니 쉬면서 서서히 좋아지던 피부도 상승곡선에서 이탈하여 -10도 각도로 하향하는 중이다. 건강을 위해 쉬는 걸 선택했으면서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다시 안 좋아지는 걸 보니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짧은 입은 나를 스스로 보호 가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이 딱 그만큼인 것이다.
나와 같은 개복치들에게 정신력이란 먹지 못하는 것을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적정량을 알고 조절하는 능력과 술을 권하는 환경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은 먹지 못한다고 말하는 능력이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듯 정말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조금 슬프지만 나는 오늘부로 술을 인생에서 치워버리기로 했다. 굳이 약한 위를 더 자극하여 일상에 누리던 것들을 뺏기지 않기 위하여..(지금 며칠째 죽만 먹는다. 참고로 죽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다.)
위를 정신력으로 강화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위의 처방에 순응하는 개복치가 되기를 바라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