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연결되는 글쓰기에 대해여
글쓰기에 사람을 살려내는 성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성분은 아마도 '연결'이 아닐까 싶다. 글쓰기는 나를 그 무언가와 연결해 준다. 특히, 철저히 혼자인 어느 시절에도 글쓰기에는 나를 어느 타인과, 어느 생명 있는 존재와, 어느 생명의 숨결과 연결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하루 방문객이 한두 명 밖에 되지 않는 블로그든, 아니면 그조차도 없는 나의 일기장이든, 백지에 문자를 새겨나가면 이상하게도 그 무언가와 연결되는 듯한 마음을 얻고 그 마음에 힘입어 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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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결코 혼자서는 살 수가 없어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그 누군가와 닿아야만 하는데, 글쓰기란 바로 이런 점에서 생명이 되어주는 것 같다. 근래에는 글쓰기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일이 되면서, 실제로도 즉각 타인과 닿게 하는 방식이 매우 보편적이게 되었는데, 그 이유도 글쓰기의 어떤 근본적인 속성 혹인 인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때 나는 글쓰기의 그런 '닿음'을 부정하고, 그것은 어딘지 불순한 글쓰기이며 진정한 글이나 예술이 아니라고 믿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그것이야말로 본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p225~226,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