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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 대량생산

by 고양이삼거리

당면 300g 한 봉지

시금치 한 단, 당근 두 개, 피망 한 개

소고기 200g 정도

소금 약간, 간장 대여섯 큰 술 (적당히 간 보며)

올리브오일 대여섯 큰 술 (적당히 기름나게)


오늘의 잡채는 간장이 잘 베어든 당면에 당근 기름으로 단맛을 코팅하고 구운 고기와 담백한 시금치 맛이 잘 어울리게 볶음과 무침 사이 신선한 피망이 아삭하게 스치도록 만드는 것이 작전입니다. 그리고, 당면 한 봉지 양을 다 만들겠다는 과감한 시도! 보통 잡채준비본부장님들의 ‘대량’과 사뭇 다르게 귀여운 수준일 수 있으나 연휴가 길다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 집 기준 평소보다 두 배 정도로 대량생산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시금치를 삶아서 물기를 꼭 짭니다. 당근은 채 썰어서 올리브오일을 넉넉하게 붓고 볶기 시작하고 피망은 생으로 넣을 꺼니까 아주 얇게 채 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기를 편으로 썰어서 채치고 다른 팬에 볶기 시작합니다. 당근은 달큰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 달달 볶고 고기는 바짝 익을 때까지, 고기는 소금 간을 하면서 볶았습니다. 당면 삶을 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소금을 약간 넣습니다. 간은 고기와 면에만 했습니다.


집집마다 비법이 있지만, 저는 우선 당면 매뉴얼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물을 끓이고 끓는 물에 6분 삶고, 건져서 찬 물에 헹굽니다. 그리고 냄비에 다시 넣고 불을 켜 볶으면서 간장맛을 줍니다. 간장을 짭짤하게 간 맞을 때까지 넣습니다. 물기가 자작해질 때쯤 볶은 당근을 기름까지 실리콘 주걱으로 남김없이 냄비에 부어 잘 섞었습니다. 골고루 기름을 코팅하고 살짝 볶으면서 간장과 당근기름이 잘 어울리도록 합니다. 불을 끄고 이제 다른 재료들을 넣으면서 골고루 섞어줍니다. 삶은 시금치, 볶은 소고기, 피망을 넣었습니다. 대량 삶아진 면이 약간 뜨겁고 엉겨있으니까 섞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릇에 담을 때 면과 채소를 작은 단위로 잡아 올려서 먹기 편하고 보기 좋게 합니다.


넓은 그릇에 찬 밥 조금과 잡채를 가득 담아서 한 끼를 먹었습니다. 잡채는 보통 참기름을 쓰는데 설탕 대신 당근기름 내려고 올리브오일을 썼고, 예전에 더 맛있을 것 같아서 참기름을 나중에 섞어보기도 했었는데 향이 강한 두 오일이 섞인 것은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아서 아주 넣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다르지만 깔끔하게 맛있는 잡채입니다!


잡채

이번 추석의 식사는 한 끼에 하나의 명절요리를 메인으로 만드는 작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 만들고 당근이 적어 보여서 당근만 더 볶아서 올려놓았습니다. 조금 급했던 손길이 느껴집니다. 채칼을 하나 사볼까. 대량생산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데 당면과 채소의 비율 맞추기, 재료들 골고루 섞기를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재료는 부족한 것 같으면 나중에 더 넣어주면 되고, 접시에 담을 때 골고루 섞어주면 되니까 모든 임기응변이 통하는 신통방통한 음식입니다, 잡채

잡채, 대량생산
냉장고 다녀온 잡채

면이 굳어졌지만 역시 맛있습니다. 차게 먹어도 좋고 약간 볶아서 올리면 됩니다. 봉투에 12인분이라고 적혀있지만, 글쎄요. 생각보다 금방 없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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