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몸매보다 몸이 중요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10시가 넘었다. 개운하게 잘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다. 요즘 아침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밤늦게 작업이 없어도 재미있는 책을 붙잡으면 끝을 봐야 해서 약속이나 미팅 같은 외출이 없는 날이면 그냥 알람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내가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하면 되는 거잖아, 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아침의 시작이 더 기분 좋다.
커피를 내려 에스프레소로 한 잔 즐기고, 108배를 했다. 원래는 108배를 한 다음에 커피를 내렸는데, 바꾸었다. 워너비 몸매 한예슬이 다이어트 비법으로 공복 유산소 운동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봤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유산소 운동을 하면, 커피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동 시 지방 연소를 돕고 집중력을 높여 운동 효과를 높인다고 한다. 따라서 해보니 좋은 것 같다. 일단 커피 한 잔이 정신을 깨우니 몸도 따라 깨어서 108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얼마 전 모임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 지금의 루틴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냐고. 1년 넘게 걸렸다. 그리고 지금도 자잘한 디테일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알람이 없이 일어나니 몸이 개운해진 것과 커피와 108배의 순서를 바꾼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0월, 108배는 2020년 1월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과 영양제를 먹으며 커피 물을 끓인다. 핸드 밀로 커피를 갈고 핸드드립 해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신다. 물을 한 잔 마시고 108배를 한다. 커피를 마시고, 향을 피워 놓은 채 모닝페이지와 브런치를 쓴다.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중간에 딴짓을 하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올해는 108배와 모닝페이지에만 집중하기로 했으니 괜찮다. 가끔 마감이 급하거나 아침 일찍 외출할 일이 있으면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날들은 이를 지킨다.
너무 애쓰면서 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사실은 애쓰지 않기 위해서다. 교통사고 이후,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해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살자고.
아무리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돈을 많이 벌어도 교통사고 한 방이면 훅 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생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어쨌든 남의 암보다 내 손가락 밑의 가시가 더 아프지만.) 하루의 루틴을 정하고 그를 따라 사는 것이 만약을 대비한다고 생각했다. 하다 보니 그 자체의 즐거움과 만족감이 크다. 생은 연습도 리허설도 없다. 오늘을 사는 것이다.
친구들이 108배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작은 집에서, 새벽 봉은사에서 매일 108배를 한다는 친구도 있다. 내 바람은 그들이 매일 꾸준히 하기를 바란다는 것. 꼭 108배가 아니어도 40대라면, 지금 자신의 삶을 더 소중하게 가꾸고 싶은 생각이 든 사람이라면 삶의 루틴을 정해놓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고 챙기며 살던 삶의 태도를 바꾸어, 일과 돈보다 내 몸과 마음을 우선순위에 놓고, 단순하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반짝이는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이때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108배가 아니라 산책이나 명상, 모닝페이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야 계속할 수 있다.
둘째,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볼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이왕이면 줄넘기나 마라톤보다 108배나 산책, 좌선 등을 추천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단순한 반복 동작으로 몸도 챙기고 마음도 돌아볼 수 있으면 무엇이든 좋다.
셋째, “그래 결심했어”처럼 비장하게 결심하고 시작하지 말자. 좀 느슨하고 여유롭게 생각하자. 하루 이틀 건너뛰더라도 ‘역시 작심삼일이야’, 낙심하지 말고 다시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집어넣는 것이 좋다. 삶이 계속되듯 루틴을 만드는 것도 지키는 것도 계속되어야 한다.
20-30대에의 나는 사랑이나 가족보다 일이 중요했고,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며 살았다. 그때는 다이어트도 나보다 타인 혹은 타인의 시선을 생각해 몸보다 몸매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활동량이 많고, 아직 젊어서 필요가 없기도 했다.
40대,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들 키워서 학교 보내고 시간이 좀 생겼을 때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겼지만 그만큼 공허함이 커졌을 때다.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당장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여유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사랑할 수 없다.
30살 때 매일 치마를 입고 다녔다. 여름에 너무 더운데 아무리 프리랜 서고 자유로운 방송국이라도 일하러 가면서 반바지를 입을 수는 없어 차선책으로 치마를 입었다. 치마에 운동화 따위 신지 않았다. 하이힐 신고도 잘 뛰어다녔다. “매일 미니스커트 입고 머리 길고 담배 많이 피우는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는 말은 나중에 들었다. 그때 작가 선배가 그랬다. “지금 열심히 입고 다녀. 내 나이가 되면 입고 싶어도 살이 처져서 못 입어!” 그 선배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다.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보다 6살이 적었을 것이다. 오늘은 파리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하는데, 기분 전환을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어볼까? 일 미팅, 책모임, 등산 말고 친구를 만나기 위한 외출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108배 시즌1 12일 차 _ 2020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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