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프리랜서다. 21년째 사무실도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닌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일로 서브 작가를 들이고 작업실을 알아보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일이 늘어난다. 작업실도 구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고정비 부담과 함께 집밥 때문이다.
집에 있으면서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할 때는 몰랐다. 엄마 밥이 얼마나 좋은지. 요즘 거의 1일 1식이다. 프리랜서는 언제 어떤 일이 들어올지 모르고 거절하면 그대로 아웃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일이 내 시간과 스케줄 봐 가며 들어오는 게 아니고 몰릴 때 몰리고 없을 때는 없다. 그래서 다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한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보고 깊이 동감했었다. 일하는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과 깨끗한 잠자리와 빨래... 집안일을 해주고 마음의 위로도 해줄 존재. 사실 내게는 엄마가 아내다. 서른 넘어 독립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나 같은 이들을 캥거루족이라 하기도 한다.
독립하고 싶어도 아파트 전셋값을 검색해 보면 부모품이 참 좋구나 한다는데.. 난 집밥 때문에 못 나가겠다. 잔소리와 심부름, 결혼하라는 잔소리 따위 집밥을 생각하면 참을 수 있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이 없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오늘은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108배를 하고도 온몸이 다 아프고 힘들어 밥을 포기하고 병원 순례 중이다. 한의원에 가서 침. 부항, 물리치료, 추나를 받고 지금은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종일 돌아다니고 피곤해도 꺼지지 않는 머리 때문에 잠을 못 잔다. 수면제를 먹으면 자긴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한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엄마 밥 먹고 쉬고 싶다. 하루, 딱 하루의 휴일이 아쉽다. 오늘은 진료 마치고 미팅 하나 하고 집에 가서 갈비탕을 먹어야지! 프리랜서는 일을 하거나 밀거나 늘 배가 고프네..
109베 시즌1 66일 차 _ 2020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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