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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16. 2024

텅 빈 식탁의 꿈

라라크루: 화요갑분 글감 (식탁 위 물건)

텅 빈 식탁


식탁을 비운다.

아무것도 올려지지 않은 상태,

빈 공간을 만들어낸다.


벽에 식탁을 붙이는 순간,

무언가 쌓이기 시작한다.

약통, 고지서, 책, 수저통

너저분한 것들.


마음 둘 곳도 사라진다.


벽으로부터 공간을 띄우

적당한 거리를  두는 순간

식탁은 비로소  "무(無)"의 공간을 내어놓는다.


찌게, 반찬, 밥을 올리면 식탁이 되고

문제집과 책을 펴면 책상이 되고

컴퓨터와 서류를 올려두면 작업대가 되고

물감과 스케치북을 올려두면 화실이 된다.

텅 빈 것은 이렇게 무한한 변신을 가능케 한다.


쓱~

뚝딱

휘리릭

놓인 것을

흩트러진 흔적을 지운다.

기대려는 마음을 몰아내고

올려두고 잊는 게으름을 떨치고

다음 사용을 위해 공간을 비워내는 바지런함 

그 수고로움이 새로운 사용을 꿈꾸게 한다.


여유로운 오후

따끈한 차 한잔이

놓인 식탁에서

홀짝홀짝 새로운 생각을 마신다.


오늘,

텅 빈 식탁은

무엇이 되는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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