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섞이고 싶었지만

by 블루나잇

언제나 그랬다. 조금은 손을 놓으면 가까워졌다.

기대를 버리고 생각을 바닥까지 떨어트리고.

목매거나 애달프지 않을 때에 비로소 쥐어졌다.

이제야 닿는가 싶어 깊은 숨이 쉬어졌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오면

나에게는 더 이상 당신이 필요 없게 되었다.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의 간극.

모조리 가지는 것과 극히 일부만 가지는 것의 괴리.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의 공존.

없는 것과 없을 뻔했던 것의 상실.

그리하여 결국 무엇도 남지 않는 것.


진정한 소유란 내가 사는 시공간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인지도 몰랐다. 손 한 뼘의 대접으로 모래알을 움켜쥐었을 때 알알의 가루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전력을 쏟지 못한 손틈 탓인가요. 백일을 찾아 떠나고 싶었던 황토의 탓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해 너무 멀어진 목적지 탓입니까. 대체 누가 그곳에 닿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아니겠지요. 우리는 아니기에 아니겠지요. 그러할 수 없어서 아니라고 해야만 하겠지요. 영문도 모르고,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그저 축축한 고통만 쏟아내었습니다. 내게 전송하지 않은 당신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그 편지는 왜 보내지 못했습니까. 이름도 지우지 못할 거면서.


둘의 결말은 뻔했다. 섞이지 못할 것이었다. 꼭 기름과 물이 아니더라도 지상에 섞이지 못할 것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또 남루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내가 그러하듯이. 섞이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를 닮았다. 우리라는 단어 말고는. 부둥켜 안지도 뒤엉켜 울지도 못하는 지금의 당신과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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