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밤이었다

by 블루나잇

매일밤 검붉은 심장을 토해내는 사랑. 울렁이는 마음은 밀려온지도 몰랐던 파도 같아. 한쪽으로만 흐르는 적적하고 뜨거운 시름. 그리움이라는 향경에 갇혀 비로소 영원에 살게 된 나는, 계속되는 너를 씹고 내뱉는다. 혀 끝에 감도는 네 이름을, 끝없이 잊지 않고 싶어서. 무심코 걸음을 내디뎠을 땐, 정직한 감정이 모조리 감춰진 탁한 소리를 뿜어내고 있었다. 속으로만 삭이다 그리하여 결국 투명색의 외딴인간이 되었나. 덮쳐오는 저릿함을 차마 삼키지 못할 것처럼, 걷고 또 걸었다. 걷고 또 걷고 온몸에 힘이 빠질 만큼 육신을 움직인대도 여전히 내가 너의 옆이라는 사실은 어떤 시대의 상실일뿐이었고. 바지런히 애써봤자 언제나 나는 네 바깥에 존재하는 외지인이었으므로. 종이배의 축축한 밑동을 금방이라도 뚫어버릴 만큼의 외로움이 온몸을 적셔오는 듯했다. 예상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많았던 것 같다. 네가 말했잖아. 우리가 슬픈 결말이 아니길 바란다고. 그날부터 나는 오랜 시간을 아주 천천히 계획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지독하리만치 켜켜이 쌓아 올려진 이 마음을 평생 안고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그랬어. 너는 몰랐겠지만. 홀로 두터운 둑을 몇 겹이고 쌓아 올렸어. 틈만 나면 너에게 가고 싶어 애타는, 염치없는 두 정강이를 묶어 둘 수 있도록. 앙큼한 복사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하여. 어느덧 나는 발 없는 유령이 되어버렸지. 동이 터 오르는 환상의 내일에 서서 얼굴 잃은 표정으로 말없이 떠나가는 나를 너는 이해해야 해. 하루가 멀다 하고 무심히 넘기는 짧은 대답도, 흐릿한 눈인사도, 너무나 까마득해 언제 봤는지 모를 우리의 막역한 관계도. 지금은 없는 그때의 나를, 그때는 몰랐을 지금의 나를 너는 이해해야 돼. 어차피 내가 널 더 사랑하니까. 네 감은 두 눈을 다른 감정으로 흐느끼고 싶어 괴로움의 감옥에서 목을 매단 나를, 너는 이해할 수 있을까. 좋아해서 미안해. 아무렇게나 허름하게 열린 마지막 단상을 부르튼 입술 위에 한참이나 얹어놓았다. 방치된 진심의 언어를 잘근잘근 씹어보기도 했다. 아픈 눈기슭 아래 익숙한 샘물의 맛. 너와 내가 주고받은 단내음. 가냘픈 칼날이 스치듯 일순간 번지는 피를 닮아 혼곤한 관계의 색. 그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밝혀왔다. 어느 작은 굴뚝 위로는 흰 환자복을 닮은 고뇌의 연기가 기어나가고 있더구나. 낮은 보폭으로, 느리게.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나는 너를 보면 아직도 피어올라. 주체할 줄 모르는 갓 잉태한 직선으로 변해. 열렬히 걷다가 엄한 생각이 귓전을 울릴 때면, 멀리서부터 정수리를 가득 채워오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촘촘히 수놓아진 별의 수를 헤아렸다. 그러다 가만히. 네 오른쪽 어깨 위에 새겨진 살가운 점 하나를 떠올린다. 어디에도 너는 살아있고. 어디에도 나는 죽어있고.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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