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간직해 온
잘 짜여진
따뜻한 스웨터 한 벌
깊은 옷장 냄새
그리고
사진 몇 장 건네주네
바람 불면 삐걱대던 정사각형 나무창
그 골목 어딘가에 할머니 담배 냄새
두 사람 간신히 지나가는 비좁은 골목에선
비가 와도 쓸 수 없는 파란색 비닐우산
낮은 유리창에 비라도 부딪히면
쉬익 쉬익 바람 소리 덩달아 들어왔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잘 짜여진
넉넉한 스웨터 한 벌
세월의 침식이 아니라면
내가 커버린 것이겠지
빛바랜 소리라도 떠올리길 기대하며
둥글게 말아놓고 귀에 대고 누워본다.
...
...
세월 지나가는 소리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