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편
앞선 '못다 한 이야기(1~4)'에서마저 제 육아와 교육이 너무 완벽해 보였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14화 '인생 습관이 자라는 시기'에서 털어놓았듯이, 교육적인 부분만 부각된 '악마의 편집'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영유아편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비하인드로 그동안 살짝 숨겨두었던 '육아와 교육의 실패담(?)'을 꺼내 보려 합니다. 제 이야기에도, 실패담이 없을 리 없으니까요.
제가 육아와 교육에서 처음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은, 바로 밤중 수유 끊기였습니다.
저는 생후 17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하면서, 아이의 수면교육을 위해 잠들기 직전 수유하는 습관을 유지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자다 깨서 젖을 찾는 일은 간혹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중 수유를 완전히 끊는 걸 다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자다 깨더라도 젖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시점이, 육아서 기준으로는 꽤 늦은 생후 13개월 무렵이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첫 시도일(D-day)에는 아이가 갑작스럽게 유행성 장염에, 열감기까지 겹쳐 이유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아이의 컨디션이 회복된 뒤에야 두 번째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결국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밤에 자다 깨면 젖을 먹는 대신, 이 물을 마실 거야."
밤중 수유 끊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그날 밤 평소엔 통잠을 자던 아이가 자꾸 깨서 젖을 찾고, 1시간씩 울다 잠드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이 흔들렸습니다.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뒀으면 저절로 끊어지지 않았을까? 괜히 이야기해서 더 어렵게 만든 건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이런 일은 아이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이야기해 주는 게 맞는 거야.'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 밤, 저는 수많은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이후 며칠간은 아이도 예민해져 자주 깼지만 더 이상 울지는 않았습니다. 잠이 깨면 물을 마시고 다시 잠들었고, 4일째부터는 드디어 안정을 찾았는지 통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육아서가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제 아이에게는 말귀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때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한 시기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두 번째로 쉽지 않았던 것은 분리수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건부 친정살이(03화 참조)였기 때문에 분리수면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3년 뒤 분가를 하고, 아이방을 따로 만들어주었음에도 분리수면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도는 했습니다.
아이도 처음엔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했고, 혼자 자보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새벽에 자다 깨서 안방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전에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자겠다고 하면, 아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 주며 옆에 있어 주었고, 엄마 아빠와 함께 자겠다고 하면 밀어내지 않고 한 방에서 같이 잤습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아이는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운지 새벽에 깨서 안방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를 방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함께 잤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어 주는 것, 그리고 아이 곁에 부모의 따스함이 늘 느껴지는 것이야말로 '분리수면 훈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마음가짐 때문인지, 결국 분리수면은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성공하질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오래 아이를 끼고 자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지만, 저는 때가 되면 분명 아이 스스로 혼자 자고 싶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6학년 말, 중학교 배정을 받은 날, 아이가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오늘부터는 혼자 자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정말로 하루아침에 뚝 떨어져 혼자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이 또한 제 아이에게는 육아서의 지침이 꼭 들어맞지 않았던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바로 태권도 가르치기였습니다.
평소 저는 아이의 성향과 니즈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로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무렵, 태권도 배우기를 권해보기 위해 먼저 친구들이 다니는 동네 태권도장에 함께 가서, 약 30분쯤 형들과 친구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돌아왔습니다.
"어땠어?"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살짝 기대하며 물었는데, 아이는 기합 소리와 우당탕탕 뛰는 소리가 낯설었는지 태권도장 분위기를 무서워하는 듯했습니다. 아쉬웠지만, 저는 제 로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불편하고 싫다는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로망 역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실현되었습니다. 물론 '자의 반, 타의 반(2편 04화 참조)'이긴 했지만, 어쨌든 태권도장을 다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저는 검은띠를 딸 때까지 태권도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가요?
사실 '실패담'이라고 써 내려가긴 했지만, 저는 이것을 '실패'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 늦었을 뿐, 제 아이에게는 가장 알맞은 속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영유아기의 육아와 교육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학부모가 아니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시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일관성은 갖추되, 내 아이 맞춤 육아와 교육을 하다 보면, 분명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잘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아이가 과학고에 가고, 카이스트에 입학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제 몫을 다하는 반듯한 어른으로 자랄 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1 _ 영유아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아이의 초등생활을 담은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2 _ 초등 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