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편
이 글은 14화 '인생 습관이 자라는 시기' 에피소드 중 '훈육'에 관한 비하인드입니다.
저 역시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의 영유아기 동안 좌충우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시켜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이의 자기주장과 고집이 한창 강해졌던 시기에는, 저 역시 육아의 한계에 여러 번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제가 어떻게 훈육을 했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 보려 합니다.
아이에게 자기주장과 고집이 생긴다는 건, 엄마에겐 참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아이가 스스로를 인식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일관성 있는 육아'였습니다.
저는 당시 조건부 친정살이(03화 참조) 중이었는데, 이는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양육 방식의 일관성이 쉽게 흐트러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더 육아와 교육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썼고, 그 누구도 제 방식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도록 미리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혼날 상황이 생기면, 가족들 모두 조용히 자리를 피해 그 상황으로부터 물리적 거리를 두었고, 저는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고집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반항했지만, 아이의 감정이 충분히 가라앉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저는 그 방에서 나가지 않고 버텼습니다.
이런 훈육은 아이의 불필요한 고집이 사라지고, 말 한마디만으로도 행동이 교정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다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맞춘 '맞춤형 훈육'이었습니다.
생후 26개월, 아이의 자기주장과 고집이 한층 강해졌던 시기, 제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 아이도 더 크게 소리치며 반항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반면 아이의 화를 조금 가라앉힌 뒤, 조곤조곤 잘못을 짚어주고, 왜 혼이 났는지 납득을 시키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설명해 주면, 놀랄 만큼 빠르게 아이의 행동이 교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을 깨달은 이후에도, 감정 조절에 실패해 아이와 '버럭 대결'을 벌이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아이를 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갔고, 조용히,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훈육의 방향을 바꿔나갔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가 사춘기를 지날 때도 큰 도움이 되어, 저희 집에는 갈등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사춘기가 비교적 평화롭게 지나간 것은, 스스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아이의 태도 덕분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정서적 유대감과 신뢰가 든든한 바탕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훈육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훈육이 필요한 문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규칙을 사전에 알려주고, 하루의 스케줄을 미리 고지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마트에 갈 예정이라면, 미리 사야 할 물건들을 설명해 주고, 그 외의 물건들은 절대 사지 않았습니다. 또, 1주일 단위의 시간표를 작성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과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을 미리 알려주어,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예고된 흐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실, 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아이의 발달 단계와 상황에 맞춰 훈육 방식을 계속 바꿔갔습니다. 다만 훈육의 큰 틀은 유지해 일관성이 흐트러지지 않게 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생후 10개월, '내가 할 거야 증후군' 초창기에는 "엄마가 OO이 칫솔로 이 닦아야지." 같은 말로도 아이의 생활 습관을 쉽게 잡아줄 수 있었습니다.
생후 26개월, 고집과 반항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말 안 들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 같은 말로 아이를 달래며 설득했습니다.
생후 34개월, 이전 방법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자란 후에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을 세워 아이의 행동을 교정했습니다.
유아기에는 칭찬 스티커를 활용해 일상 속 잘못된 행동은 통제하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보상의 시기와 종류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는데, 제 아이의 경우, 5개의 칭찬 스티커로 시작해 점차 스티커판을 늘려나갔고, 보상도 바닐라 아이스크림부터 용돈까지 다양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바와 같이, 저는 이 시기를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비록 저질체력이긴 했지만, 아이의 감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시간들이 결국 저와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영유아기의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아이의 삶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오신, 혹은 지금도 그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신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