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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10시간전

과학고생의 하루

과학고 생활(2)

과학고 입학 전 힘들었던 겨울방학기간에 그나마 아이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대구일과학고등학교 "적응교육" 프로그램들이었다.


첫 번째는 예비소집일날 교장선생님께서 공식적으로 요청하신 것으로, 학교 축제인 "솔빛제"를 구경하러 오라는 것이었다. 중학교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이라, 학교에 부모동행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가봤는데, 각 동아리별로 마련된 부스며 이벤트들을 체험할 수 있었고 예비 신입생들을 위한 환영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특히,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퀴즈를 풀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라 신선했다.


두 번째는 5일간 시행한 입학예정자 적응교육이었다. 

집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를 5일 동안 등하교하다 보니 아이도 나도 고단하긴 했지만, 그 기간 동안 학교 분위기도 익히고, 친구들과도 친해지며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기대하게 된 것 같다.

아이 말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미리 진도를 나가는 수업(수학, 과학)도 있었고, 발표와 실험을 하는 수업도 있었으며, 영재교육원 수업 같은 스타일의 수업도 있었다고 했다. 그 밖에 도산서원 선비 인성 특강, 학교장 특강, 학교 안내, 정규동아리 소개, 음악회, 학교 투어 등의 프로그램들도 있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학년 전체 인원이 80명 남짓이다 보니, 적응교육 이후 대부분의 아이들이 친해져서 전체 단톡방을 개설해 서로 학교 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들도 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는 2박 3일간 개최된 신입생 리더십 인성캠프였다.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 증진을 위해 마련된 캠프였는데, 한창 학교 숙제와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1월 중순에 개최된 거라 울 아들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5인 1실로 배정을 받아 생활했고, 리더십 프로그램, 인성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과 프로젝트 활동들을 했다는데, 재미있었고, 유익했다고 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같은 방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수다도 떨고, 간단한 보드게임 등도 하면서 보낸 시간이었다고 했고, 덕분에 친구들과 돈독해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아이의 본격적인 학교생활은 입학식 이후 바로 시작되었다. 

학교 안내 책자와 아이의 이야길 종합한 과학고 학생의 하루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

1.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싸놓은 5일 치 기숙사 짐(캐리어 1개 분량)을 싣고 8시까지 학교에 도착(출퇴근 시간에는 약 1시간 정도 소요).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차 속에서 잠

2. 짐을 기숙사에 갖다 놓고 교실로 이동

3. 8시 20분 ~ 40분까지 아침 독서 및 담임 선생님의 조례 실시

4. 1교시는 8시 40분부터 시작. 수업시간은 50분, 쉬는 시간은 10분

5. 점심식사 시간도 50분. 3학년 학생부터 식사 시작

6. 7교시(15:20 ~ 16:10) 수업 이후 종례 및 청소(20분)

7. 8교시(16:30 ~ 17:20)와 9교시(17:30 ~ 18:20)는 방과 후 수업. 방과 후 수업시간에는 영재교육을 받기도 하고, 대학 교수와 연계한 R&E 수업을 받기도 함

8. 저녁 식사 시간은 60분(18:20 ~ 19:20)

9. 자율학습 1차 시작. 시간은 100분이고, 전교생이 각자 배정받은 독서실에서 자율학습 실시

10. 자율학습 2차 시작. 역시 시간은 100분이고, 1차와 2차 사이에는 30분간의 휴식시간이 있음

11. 독서실에서의 공부를 마친 후 생활관으로 이동(23:30 ~ 23:40)

12. 24시까지 세면, 점호 후 24시 20분에 완전 소등 실시


[화요일 ~ 금요일]

1. 6시 30분 기상

2. 이후 30분간 점호 및 아침 운동

3. 7시 55분까지 세면, 아침식사, 청소 및 정돈. 아침 운동은 필참이라 참석했다가 아침 식사 대신 잠을 택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함

4. 8시까지 교실로 이동

5. 이하 동일. 단, 금요일에는 7교시(15:20 ~ 16:10) 수업 후, 기숙사에서 빨래거리 등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들고 나와 하교.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대부분 아이는 잠


달서구나, 달성군 등 멀리 살고 있는 아이들은 학부모님들이 팀을 구성해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시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금요일 하교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해 자정이 다되어 집에 들어갔고, 주말(토, 일요일)에도 학원 또는 과외 수업으로 공부를 보충했다고 한다. 


울 아들은 금요일에 집에 오면 일단 좀 쉬었는데, 돌아오는 차속에서 졸았던 것으로도 잠이 부족할 때에는 저녁식사 전까지 잠을 더 자기도 했다. 주말에는 보통 숙제부터 했고, 남는 시간에는 수학 문제 풀이나 물리 역학 공부를 주로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방대하고 스피드 한 수업을 따라가느라 무척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차츰 적응하면서 주말에도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아이의 기숙사생활이 걱정이었다. 

아이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보니까, 학교 안에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아직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상황(제18화 참조)이라 3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힘든 과학고 생활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까 봐 노심초사였다. 


'과연, 울 아들은 기숙사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깔끔쟁이 울 아들이 학교 화장실을 쓰고, 샤워하는 것이 불편하진 않을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인 울 아들이 학교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학교에서 주는 밥은 잘 챙겨 먹을 수 있을까?'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프면 어떡하나?'


멀리 보내는 것도 아니고,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힘들어, 종종 울컥하기까지 했다.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한 첫 주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간 금요일 오후, 기숙사 뒤편 주차장에는 아이들 하교를 기다리는 엄마들(간혹 아빠들) 차들로 가득했다.

울 아들도 1주일간의 고된 생활을 잘 보내고, 빨래가 가득 든 캐리어를 들고 기숙사를 나왔는데, 고작 며칠이었음에도 얼마나 반갑던지...


사실, 그 당시에는 중간고사 시험 치기 전까지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이와 연락이 아예 안 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약 한 달 반정도 아이가 학교에만 가면 연락이 닿지 않으니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하루는 아이가 교내 공중전화로 수신자부담 전화를 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아이 말에 따르면, 공중전화가 1대뿐인데, 1차 자율학습과 2차 자율학습 사이에 있는 휴식시간(30분) 동안 집에 전화하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대기줄도 엄청 길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전화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별일이 없는 한 다시는 전화 못 할 것 같아요."

역시 시크한 내 아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약 한 달 정도 뒤엔 아이가 보고 싶긴 했지만, 아이가 없는 평일시간에 나도 점차 적응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내가 아이의 부재에 적응하는 동안, 아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아이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제02화 참조)처럼 학교 정보를 얻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과학고에 대한 정보는 한계가 있었고,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으니 학원으로부터 얻는 정보도 없었으며, 같은 중학교 출신 친구 엄마는 돼지엄마(소수정예로 팀을 꾸려 최고의 사교육 학원이나 과외 교사 혹은 교육 컨설턴트와 연결해 주는 사람)여서 우리와 결이 달라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입학식날부터 학부모 교육을 실시하며 "대학 입시"에 대한 이야길 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반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에는 당연히 참석했고, 금요일 아이의 하교를 도우러 학교에 갈 때마다 일찍 가서 안면을 튼 엄마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부모 운영위원 추가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덜컥 지원을 해버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접수해 주시던 행정실장님께서, "이번에 지원자가 많아 학부모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거 연설을 하셔야 같습니다, 어머니."라고 하셨을 때는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말고는 내가 학교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큰 결심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으셨는지, "선거 연설" 조항에 다들 포기를 하시는 바람에 끝까지 버틴 내가 학부모 운영위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학부모 운영위원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부모 운영위원이라고 해서 학교로부터 받는 다른 혜택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 예산을 심의하고, 여러 학부모의 의견을 청취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아졌고,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그 외 학교를 이끌어가는 부장 선생님들과도 친분이 생겨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그 당시 여자 교감 선생님께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는 날에는 꼭 회의 후에 다과회를 마련하셨는데, 과학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서가 아닌, 특목고를 보낸 아이의 엄마로서 우리에게 공감해 주시면서 이런저런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 것이, 나에게는 귀한 정보였던 것 같다. 



[과학고 기숙사 및 학교 생활 준비 Tip(*학교마다 다를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1. 대구일과학고등학교는 교복이 없었다. 그래서 등교 시 입는 옷, 기숙사에서 입는 옷(잠옷이나 실내복), 체육시간이나 아침 운동 때 입는 트레이닝복 등이 필요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등교 시 입는 옷 = 실내복 = 체육복"인 아이들이 늘어갔지만, 울 아들은 철저하게 구별해서 입고 다녔던 것 같다. 그 밖에 아침 운동을 가거나 급식실을 갈 때, 모자가 꽤 유용했던 것 같고, 남자아이들 중에서는 축구화, 농구화를 챙겨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2. 대구일과학고등학교는 전교생 모두에게 개인 독서실 자리를 배정해 주었었다. 그래서 독서실에 필요한 물품들, 예를 들면 방석, 무릎담요, 문구류 등이 필요했다. 


3. 일반적인 기숙사의 침대 사이즈는 싱글이고, 매트리스 상태에 따라 토퍼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매트리스 커버(필수)와 토퍼(선택)를 다 구비해서 기숙사 이동시마다 사용했다. 비교적 냉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여름용, 겨울용, 봄가을용으로 이불을 구별할 필요는 없지만, 이불 세탁 등의 이유로 2채 이상은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4. 과학고 신입생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노트북이다. 과제나 실험에 꼭 필요한 필수품인데, 너무 좋은 성능일 필요는 없다. 태블릿은 전자책에 필기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학교 상황, 교재 상황 등을 보고 선택 구매하면 될 듯하다. 간혹 학교에서 태블릿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밖에 과학고 기숙사 및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 list는 과거 내가 작성해 놓은 아래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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