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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하는 수밖에 없지 뭐...

01. New : 새로운 목표, 그 험난한 여정을 향해

by 써기

식상하지만 내가 퇴사를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밖에 없었다.


"당장 퇴사해서 굴릴 현금흐름은 충분히 있고?"

"아니요 ㅎ"

"굴릴 현금이 없으면, 당장 퇴사하기에 나이는 젊고?"

"아니요 ㅎㅎ"

"퇴사하면 다시 회사원은 안 할 테고, 그럼 사업할 능력이나 아이디어, 그것도 아니라면 배짱은 있고?"

"ㅎㅎ 아니요 싯팔.."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답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 말고는 선택할 길이 없었다.




물론 공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식을 공부할 수도 있고, 부동산을 공부할 수도 있고, 코인을 공부할 수도 있고, 사업을 공부할 수도 있고, 기타 등등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공부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위에 언급한 것들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부와 나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그리하여 나는 답이 정해져 있는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걸 지금껏 곧잘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부는 바로 전문직 공부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구닥다리 같은 일 말고, 그저 그런 하루를 버티며, 정해진 급여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삶 말고, 전문적인 자격을 갖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능력에 맞게 성과를 거둬가는 삶, 그걸 너무나도 하고 싶어졌다.


물론 전문직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쳇바퀴 같은 삶보다는 아마도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일단 전문 자격인이라는 희소성이 있고, 경력을 쌓으면 나도 직접 법인을 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수동적인 삶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직 중에서도 내가 택한 전문직은 바로 감정평가사다. 선택지가 다양한 전문직 중에서도 왜 하필 감정평가사를 선택했나? 궁금하지 않은가?




감정평가사는 부동산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전문직으로 꼽힌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 나라가 부동산에 미쳐있다.


정치인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에 가장 관심이 많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중에서 일부 사람들은 감당도 되지 않는 빚을 끌어 쓰면서 집을 구매한다.

하물며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엄청난 규모의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부동산에 미쳐있다. 아마도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전체 경제가 무너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년 KB에서 보고하는 부자 보고서만 읽어봐도 대한민국의 부가 어디에 쏠려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 바로 부동산이다!


나도 한 때는 부동산 투자를 배워본답시고, 강의 듣느라 돈깨나 날렸다. 그때 썼던 돈과 시간을 차라리 감정평가사 자격 취득에 보탰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아니 겁나게 한다. 도나까와 스바꺼...


아무튼 대한민국이 이렇게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만큼 나 역시 부동산에 관심이 많기에 감정평가사 자격 취득에 도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시스템이 감정평가사의 매력적인 포인트다. 자격 취득을 하게 된다면 진짜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오늘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지금부터다. 몇 년 전, 나는 이 직업을 갖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회계라는 벽에 가로막혀 아주 쉽게 포기를 하자고 마음먹었고, 그때의 삶을 순응하기로 셀프 타협을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 때 진짜로 엄청나게 후회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도전은 해볼걸이라는 깊은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또다시 몇 년이 지났을 때에도 여전히 쳇바퀴 굴러가는 삶 속에서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갈 나를 상상하고 있으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 생각에 이르게 되자 다시금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자고 결심했고,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긴 한데...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농담이 아니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되고 힘들다. 잠은 줄일 수밖에 없고, 일은 일대로 해야겠고, 공부는 하고는 있는데 뒷장을 배우면 앞장을 까먹어버리고, 한 과목을 공부하면 다른 과목에서 공부한 걸 까먹고를 반복 중이다. 이 과정을 겪으며 좌절도 적잖이 많이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 돌고 있는 아래의 짤을 우연히 봤다.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고 우울할 땐 어떻게 해야 하냐는 어느 수험생의 질문에 한 강사가 답변한 사진이다.


합격생 vs 수험생

"일반적인 수험생은 울고요, 합격하는 수험생은 울면서 공부합니다."


조오오오온나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대갈통을 한대 얻어맞은 듯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정신이 차려졌다.


그래 뭐 어쩌겠냐. 안되더라도 그냥 존나 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울고불고 좌절에 부딪히는 그 시간에도 합격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부를 한다. 그냥 계속해서 공부를 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깨우치는 날이 올 거라며,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서 하는 것 말고는 지금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달리 없었던 것이다.


성공은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열매니까, 그러니 힘들어도 계속해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지 뭐...


그래? 안 그래?


다시 일어서 보자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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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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