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Trust :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삶을 살아간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문장 하나가 뇌리에 스쳤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삶을 살아간다.'
이 문장은 부동산 투자 공부에 한참 빠져있었을 때 읽었던 책의 첫 줄에 나오는 문구였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요동쳤던 기억이 난다. 이 한 줄은 내 과거를 증명해 주는 문장이 되었으며, 앞으로 다가올 내 미래를 미리 암시해 주는 문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 인생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듯한 저 문장을 읽으며 가까웠던 과거를 떠올려본다. 첫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공기업으로의 이직을 준비하던 그때 입버릇처럼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반드시 목표로 하는 그 공기업에 취업할 거라고, 아니 이미 나는 그 공기업의 신입사원이 되었다고, 그러니 다가올 시험에서도 이미 합격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이다. 그때는 무슨 자신감이 넘쳤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확신의 그림을 그린채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아주 운 좋게도 그 그림이 세상에 펼쳐지는데 소요된 시간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그간 살면서 구상하고 그렸던 그림들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지금 그리고 있는 '내 인생 마지막 퇴사'라는 이 그림도 언젠가 반드시 현실로 구현시키고야 말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했었다. 이 목표를 잡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최근의 나를 돌아보면 확신에 찼던 그 모습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져 버린 듯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림이 또렷하게 그려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공부에 벽을 느낄 때마다 분출했던 좌절감들이 스스로 의심을 만들어냈던 탓이리라...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의 법칙보다 빠른 속도로 공부했던 지식들이 휘발되는걸 느낄수록 좌절감은 커져만 갔고, 좌절이 반복될수록 자신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지금 이 그림을 이번에도 나는 무사히 그려낼 수 있을까? 눈앞이 깜깜해지던 그때 몇 년 전 누군가 내게 해줬던 이 말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든 다 잘 해내실 것 같아요."
3년 전, 전세로 살던 오피스텔 계약을 종료할 때 당시 부동산 중개사님께서 내게 해줬던 말이다. 나를 몇 번 본 적도 없으신 그분은 내 어떤 면을 보고 뭐든 잘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걸까? 감사하게도 그분의 눈에는 내가 정말로 뭐든 다 해낼 것 같은 그런 사람으로 비쳤었나 보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그분의 눈에는 내가 무엇이든 잘 해낼 사람으로 비쳤었는데, 정작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
방대한 공부량 앞에 매번 나약해졌고, 속상해하기 바빴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문장을 가장 좋아하면서 마음속에 또렷한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현실의 벽 앞에 매번 무너져 내릴 준비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휩싸여있는 이 시기에 불현듯 떠오른 저 말들이 깨우침을 줬다. 글을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저 말들은 쭉 잊고 지냈을 것 같다.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일은 여러모로 내게 좋은 일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 내 삶을 대변해주기도 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문장에 나오는 말처럼 다시 그림을 그려보자.
누군가의 눈에 비치는 무엇이든 다 잘 해낼듯 보이는 내 모습처럼 나를 온전히 믿어보자.
현실에 부딪혀서 허덕일지라도 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도화지는 절대로 구겨지게 내버려 두진 말아야겠다. 올해 계획했던 목표에 설령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실패자라고 스스로 낙인을 새기진 말아야겠다.
나는 내가 그리는 그림대로 결국엔 살아갈 거니까
나는 무슨 일이든 결국엔 해내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를 한 번 더 다독여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건네는 아래의 영상(자체자막)으로 이번 주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