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공기업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최종 면접 결과를 발표하던 날이었다. 그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고, 밥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불합격이라는 붉은 글씨가 눈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고, 불안감에 식욕도 당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오후 2시... 띠링! 드디어 메시지가 왔다.
“써기님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입사를 환영합니다.”
그렇게나 갈망하고 고대하던 최종 합격 통보였다. 그제야 안도감에 주저앉았고, 엄마와 나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수십 년 동안 걱정 없이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곳, 거기에다 대기업 못지않게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공기업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합격을 바랬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그 순간,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그랬던 내가... 그렇게 입사하기를 원했던 이곳을 이제 나는 떠나려고 마음먹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나와 결이 맞지 않았다. 보수적인 분위기 그리고 군대식 문화를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이곳의 분위기에 점점 질려버렸다.
뚜렷한 변화의 의지 없이 고인물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기업 구조, 적당히 자리를 채우고 있으면서 회사를 좀 먹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곳, 개인보다 단체 생활을 중시하는 곳...
이런 분위기 속에 찌들어가다 보니 나도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회사의 부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결정타로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임금의 상승폭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내 시간의 가치를 이대로 이렇게 떨어뜨리지 말자!”
하루의 1/3 이상을 이곳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앞으로 10년.. 20년 그 이상으로 이어질 텐데,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이곳을 변화시킬 수 없는 거라면,
이곳에서의 내 시간의 가치를 높일 수 없는 거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이었다.
“내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변화시키자!“
뭐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이 싫으면 내가 내 발로 떠나야지라는 마음이다 ㅎㅎ..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 중 가장 높은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하였다. 난 그 자아실현이라는 욕구를 공기업이라는 집단 속에서는 결코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아주 단단히 먹은 상태다. 그리고 그 준비의 여정을 이곳에 기록으로써 남기기로 했다.
누군가의 부품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추구하는 자아실현을 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내 시간의 가치를 높이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반드시 이곳으로부터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