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인드 바이러스

by 밈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의 작동을 멈추게 만드는 것처럼, 밈이라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마음을 프로그래밍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뒤에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이 달라진다.

- 리처드 브로디


인터넷이 생기고 SNS가 생기고, 모두 소중한 언론의 자유를 얻은 세상. 모두가 모두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 완전 밈 바이러스의 세상입니다. 밈은 모방하기,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등의 소통 및 지각 과정에서 DNA처럼 복제되고 변이되고 전해지며 우리의 마음속에 그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갑니다.


리처드 브로디는 그의 책 <마인드 바이러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밈은 마음에 상주하는 정보의 단위로서, 더 많은 마음에 자신을 복제한 밈을 퍼뜨리기 위해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다. 마인드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밈으로 감염시키고, 그 밈으로 하여금 감염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해서 자신을 지속 및 확산시킨다.” 다단계, 신천지,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과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책과 강의를 살펴보면 위 내용의 함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밈에 대한 밈인 메타밈의 개념을 소개하며 밈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메타밈: 밈에 대한 밈

첫 번째는 구별 밈입니다. 세상에는 온갖 것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여러 땅으로 나누고 경계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서울이라고 부르죠. 구별은 일종의 밈으로서, 사물을 범주로 분류하거나 이름을 붙여서 세계를 분할하는 방식입니다. 리처드 브로디는 자신 역시 구별 밈이라고 합니다. 우주에서 망치로 때리면 고통을 느끼는 어떤 ‘것’을 구별하기 쉽도록 만든 밈이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연상 밈입니다. 구별 밈들 간의 연결입니다. 가령 판다라는 구별 밈을 생각할 때, 푸바오와 귀여움이라는 구별 밈이 함께 떠오릅니다. 훌륭한 광고는 연상 밈을 잘 활용합니다.


마지막은 전략 밈입니다. 전략 밈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믿음입니다. 일종의 경험법칙으로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월 천만 원, 경제적 자유, 주식과 관련된 전자책과 강의는 전략 밈을 담고 있습니다. 전략 밈 또한 연상 밈처럼 연결이긴 한데 조금 더 빡빡한 연결입니다. 선후가 있으며, 하나가 원인이고, 다른 하나가 결과입니다. 원인과 결과는 인과의 틀로 함께 묶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메타밈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반쪽짜리 진리만 있을 뿐이며, 아무리 진리인 것 같은 밈이라도 그 밈이 존재하는 맥락에 따라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특정 맥락에서 더 적절한 밈이 있지, 절대적인 밈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밈은 허락도 없이 침범해 와서 우리의 마음을 프로그래밍합니다. 그렇게 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겁니다. 세계에는 수많은 밈 바이러스가 가득하고, 밈들은 우리의 주의력 자원과 마음을 차지하려고 경쟁합니다. 우리의 행복에는 별관심이 없는 무분별한 복제자들의 투쟁이 우리 삶의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한편, 우리를 선사시대로 데려가기 위한 밈은 쉽게 퍼집니다. 유전자와 관련된 버튼을 누르는 밈은 퍼지는 데 유리합니다(위험, 음식, 성, 문제, 위험, 기회). 한편, 직관에 거스르는 버튼을 누르는 밈은 불리합니다(지동설, 진화론, 양자역학).


마인드 바이러스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킵니다. 브로디는 “폭압적인 마인드 바이러스가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밈이 아니라 내 삶의 가치를 뒷받침해주는 밈으로 자신을 프로그래밍 해야한다. 마인드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법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의식적으로 퍼뜨리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천사가 머뭇거리는 사이 바보가 모든 땅을 점령해 버린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무심코 받아들인 밈들이 우리 삶을 지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인드 바이러스가 우리 인생을 방해할 때는 새로운 프로그래밍이 필요합니다.


처음 문화가 형성될 때, 우리는 유전자의 기본 프로그래밍을 넘어서 어떤 행동, 생각, 신념을 따라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밈이 우리 마음 속에 무작위적으로 퍼지고 실험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언어라는 사고 도구(밈)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분별한 밈이 무작위적인 탐색과 복제를 할 수 있도록 서식지(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는 어떤 밈을 만들어서 퍼뜨릴지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밈에 조금 덜 휘둘리면서, 밈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존재’에서, ‘설계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 밈과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은 특정 목표에 관련된 밈을 끊임없이 내면에 복제하고 축적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목표와 관련된 밈이 뇌 속에 강력히 자리 잡으면, 뇌는 밈이 지시하는 행동을 유발하게 됩니다. 밈과 단어는 그 자체로 행위를 유발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있습니다.


밈은 인지 편향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나는 XX를 이룰 것이다’라는 밈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으면, 뇌는 목표 달성에 유리한 정보나 기회를 더 잘 ‘지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광고 문구나 대화, 기사 속에서 자신과 관련된 ‘신호’를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당김의 증거’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A라는 것을 몰라서 수많은 A를 그냥 지나쳤지만, A라는 밈이 머리에 자리 잡고 난 후에는 A가 곧잘 눈에 띄는 것처럼요. (그리고 끌어당김의 법칙은 끌어당김과 관련된 밈을 끌어당깁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7화2. 문화 복제자 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