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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song 꽃song Dec 03. 2024

얘들아, 황금똥 누어라!

똥은 건강의 바로미터

옆집 엄마는 무슨 재미로 사나?』에서는 옆집 엄마(숲 song 꽃 song)가 마흔 즈음에 써 둔 습작글 중에서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일상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어 연재합니다. 담장너머 옆집 엄마네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작은 웃음, 조그마한 삶의 팁이라도 챙겨가실 것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예요.


"엄마 엄마, 빨리 와 보세요. 내 똥 정말 예뻐요."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외쳐대는 아들 녀석의 목소리였다. 쾌변을 누고 난 뒤 기쁨에 찬 소리였다.


 일찍부터 똥은 '건강의 바로미터'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황금똥의 중요성을 누누이 말해주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예쁜 똥을 누었을 때는 물론이고, 똥의 모양이나 색깔이 조금만 이상해도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나를 불러 댄다. 가끔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냉큼 달려가 아이들의 똥을 확인해 보며 칭찬을 해준다. 어쩌다 똥이 좀 묽거나 변비증세가 있을 때면 음식물 섭취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준다. 아이들은 엄마의 말이 곧 전문가의 말이라도 되는 , 내 말 한마디에 흐뭇해하기도 하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똥 싸는 일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꺼려하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일조차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아마도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의 대명사로 '똥'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심리 탓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때 다양한 생활용품에 똥의 이미지를 상품화한 똥 신드롬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똥은 냄새나고 더럽다는 생각에서 친근하고 정겨운 것으로 의식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 통쾌한 반전이 마음에 들었다.




 최근 방송에서 보았던 '대장 1.5미터의 경고'라는 의학 다큐멘터리는 역시 잘 먹는 일만큼이나 잘 싸는 일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서구화되어 가는 식생활로 인하여 대장암 발병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배변상태는 자기의 생활습관의 결과이자 대장이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고 하였다.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과 건강마저 저당 잡힌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나는 이런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한 시간 동안 '똥철학'을 강의하게 되었다. 처음 '똥'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무척 다양했다. 피식피식 저희들끼리 멋쩍어하며 웃기도 하고, 재미있는 건수를 만난 듯 장난스레 대꾸를 하기도 하며, 새침한 여학생들의 경우는 '웬 똥 이야기?!' 하며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였다. 그런 반응을 싹 무시하고 자못 사명감까지 느끼며 나는 꽤나 진지하게 똥 철학을 풀어나갔다. 대장의 경고를 모른 체하기에는 우리 반 아이들의 배변활동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일까? 한동안 수런거리던 아이들은 서서히 조용해지더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밥이니, 밥이 곧 하늘이다. 그 밥이 내 몸 안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남은 찌꺼기가 바로 똥니, 똥이 곧 하늘이지 않겠느냐. 오늘부터는 너희들의 건강을 책임져주는 똥을 하늘처럼 귀하게 여기고, 아침마다 황금 똥을 누었다고 신나게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의를 마무리했다.


 나는 진심으로, 제 몸 하나 신경 쓸 새 없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반 아이들이 '똥은 곧 건강의 바로 미터'라는 아주 쉽고도 단순한 건강상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소중히 가꾸어나가길 바랐다.




 '똥철학'강의가 있고 난 이후부터 장난 반 진담 반,


 아침에는 

"얘들아, 오늘 아침 황금 똥 누었니?"

점심시간에는 

" 얘들아, 점심밥 맛있게 먹고 황금 똥 누어라"

하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처음엔 질색하며 나의 인사말에 갖가지 대꾸를 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능청스럽게 '예'하고 대답해 준다. 나의 다소 엉뚱한 인사는 뜻하지 않게 아이들과의 사이를 훨씬 가깝게 해 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지는 새로운 인사가, 나와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던 벽을 낮춰주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먹는 일만큼 싸는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지금의 인사말을 바꾸지 않을 작정이다. 제발 아침마다 쾌변을 누고 난 후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우리 반 아이들의 가정에서도 날마다 울려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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