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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라비다바다 Jun 16. 2023

너 T야? MBTI를 알면 좋은 점

김목인 - 다르다는 건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T의 연애’, ‘F의 연애’ 영상이 화제다. 사람들은 자신의 MBTI에 해당하는 영상을 봤을 땐 마음이 편안하다가, 반대에 해당하는 영상을 봤을 땐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며 실제로 저러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F인 나도 F들의 영상을 볼 땐 낯섦을 느끼지 못했는데, T들의 영상을 볼 땐 그들의 사고방식이 정말 저렇게 흘러간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나와 정반대의 사고흐름이 누군가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일 수 있단 걸 다시한번 느꼈다.      




네 글자 중 한 글자만 달라도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있어서 MBTI란 게 꽤 고려할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된 친구들의 MBTI를 알고는 크게 놀랐는데, 10명 넘게 물어본 결과, 다들 나와 한글자만 다르거나 아니면 완전 동일한 성향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을 붙잡아 옆에 두고, 반대 성향의 사람을 마주했을 땐 그저 흘러가도록 놔두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본능은 학생 때나 따를 수 있는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다. 회사의 정의를 내리자면, 제각각 성향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며 일해야 하는 곳이 아닐까? 비 온 뒤 무지개를 띄우기 위해 일곱 색깔이 강제로 서로를 맞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일 땐 비슷한 색의 친구들만 골라서 어울리다가, 직장에 들어와선 무슨 색인지 명명할 수도 없는 처음 보는 색들과 얽히고설키려니 참 힘들었다. 왜 이 상황에서 상대방은 저런 말투, 태도, 행동을 보이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천지였다. 매번 대화의 흐름은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렇다고 끊어낼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 날들이 쌓여갈수록 그저 아무도 마주하지 않고 내가 만든 외딴섬에 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후, 그때 그의 MBTI가 나와 네 가지 전부 다 다르단 걸 알게 됐다. 그 당시엔 그저 나를 힘들게 하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MBTI를 알고 나니 그저 나와 사고방식이 180도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또 유튜브에서 두 MBTI 간 관계성을 다루는 콘텐츠를 우연히 보게 됐을 때, 그 패턴이 딱 우리의 모습이었으니 반갑고 신기했다. 그리고 위로가 됐다. 그와 나 사이의 뒤틀린 관계가 우리 둘 사이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 누구의 잘못으로 부딪친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기질이 마주했을 때 일어날 만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단 게 위로가 됐다.      


이렇게 MBTI를 통해 나는 사람이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고 다름의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기적으로 느껴질 때, 쌀쌀맞고 무섭게 느껴질 때...예전이었다면 ‘도대체 왜 저럴까?’, ‘싫다’, ‘불편하다’라고만 생각했다면, 사람들의 MBTI를 인지한 후로는 ‘그냥 나와 결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알파벳들의 조합이라면, 나와 이 부분에서 알파벳이 다른 거라면, 그럴 수 있겠거니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도 있겠다만, 나는 확실히 MBTI를 알게 된 이후로 누군가를 ‘나쁘다’는 단어로 쉽게 단정 짓기보단 타인의 다름을 존중해가고 있었다.     

 



최근 자주 들은 말이 있는데, 성공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그건 바로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이 문장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다는 건, 우리 대부분이 지금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일하고 있다는 상태를 방증하는 것일 거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즉 같이 있으면 영 불편하고 나랑 안 맞는 사람. 그런 존재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와 비슷하고 잘 맞는 사람, 편한 사람들이랑만 지낸다면 그건 너무 안일하게 사는 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나와 같은 MBTI만 있는 걸 상상해보니 그건 그것대로 잘 안 굴러가고, 답답할 것만 같다.      


그러니깐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색하더라도, 티격태격하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살아야겠다. ‘그럴 수 있지, 그럼. 나랑 같으면 오히려 재미없지’ 하면서 다양한 MBTI들을 열린 마음으로 껴안아야겠다.




오늘의 노래
- 김목인 <다르다는 건> -
https://youtu.be/zT98sYvgP3I


똑같은 이름의 코드가 붙은 
서로 다른 멜로디의 노래들처럼
저마다의 풍경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서로 다른 빛의 물결들 

똑같은 발음의 이름을 가진 
서로 다른 성격들의 사람들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다르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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