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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Aug 30. 2024

해장국밥

사극을 보다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 중의 하나가 주인공이 주막에 들러 국밥을 먹는 장면이다. 국밥그릇이 나무숟가락에 긁히는 소리를 좋아했다. 토속적인 삶을 보여주는 듯한 맛의 소리였다. 배고픈 사내가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들이키며 그릇바닥이 보이게 국밥을 긁어먹는 장면을 보면 늘 군침이 돌았다. 


어느 날에 아빠가 시장 쪽으로 길을 잡으시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스무 살 즈음이었을까. 아빠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시장통에 있는 허름한 해장국집이었다. 아하!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극에서 보던 그 국밥이었다. 투박한 뚝배기에 가득 담긴 뽀얀 국물. 막상 냄새를 맡아보니 살짝 역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가 한 수저를 들자마자 침을 꼴깍 삼키며 국물을 떠서 맛을 보았다. 


맛을 보면서도 나무숟가락이 아닌 건 조금 아쉬웠다. 국물은 뜨겁고 구수했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고 나는 사극에서 보았던 것처럼 듬뿍듬뿍 떠서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이후로 아빠는 나를 데리고 종종 해장국집을 갔다. 젊은 내가 국밥을 좋아하는 걸 신기해하면서도 점심쯤 시간이 되면 일부러 내게 국밥을 먹자고 했다.


가끔은 순대국밥집을 가기도 했다. 순대국밥은 그리 입맛에 맞지 않아 순대만 몇 점 먹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나중에는 사극의 음식을 먹는다는 재미보다 아빠와 단둘이 나누는 그 시간을 즐겼던 거 같다. 지금은 냄새도 맡기 싫어하는 음식이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좋았는지.


지금도 사극을 보다가 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나무숟가락이 뚝배기에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 생각을 한다. 손수건으로 이마에 흥건해진 땀을 닦아가며 드시던 아빠의 닳아 오른 얼굴이 떠오른다.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국밥 한 그릇이 오늘은 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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