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말고 누가 또 있어!

봉봉과 에피소드 / 식빵 반죽 너 좀 수상해.

by 봉봉어멈




그날은 한 4개월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어멈의 집이 많이 쌀쌀했을 때였고, 욥이 출장을 가서 봉봉과 둘이 있던 날이다.


봉봉이 어린이집에 갔다 돌아올 즈음이면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재밌는 걸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마침 한참 전에 사놓았던 식빵 반죽을 창고에서 발견했고,

식빵에 봉봉이 좋아하는 버터와 잼을 발라주면 좋을 것 같아서

무리하게 식빵 만드는 일을 벌였다.

(대) 실수였다.


그 일은 한두 시간 간격으로 반죽을 변형해야 했고,

그때마다 봉봉과 함께 비닐장갑을 끼웠어야 했고(그리고 또 벗었다 끼웠다를 반복해야 했고)

그래서 많은 양의 비닐장갑이 낭비됐고 시간도 많이 지체돼서

멀쩡한 식빵을 만난 시간은 새벽 1시경. 대략 예닐곱 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


사실 생각보다 순조롭긴 했다.

깔끔쟁이 봉봉은 밀가루가 여기저기 너저분해지자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고,

물기 있게 반죽이 되고 나서야 조물조물 신나 했다.


하지만 요 식빵이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과정이 너무 까다로웠다.

보통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집에 오면 집중적으로 1시간 정도 놀고

티비좀 보고 저녁을 먹고 씻고 자는 그런 과정인데,

그날은 저 사이사이에 식빵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휴지기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사이에도 반죽 모양을 바꿔줘야 하는

조금은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새삼 빵집에 진열된 식빵들이 떠오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녀석들 생각보다 번거로운 녀석들이었어. 사 먹어야 되는 거였어.'


그런데 이 녀석들.

심지어 수상했다.

이스트라는 걸 처음 빵에 사용해본 어멈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생각지 못했다.


봉봉과 어멈이 주물주물 해서 동그랗게 뭉쳤던 반죽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는

숨을 쉬는 것이다. 분명 가루였는데, 갑자기 숨을 쉰다니.

조금씩 반죽이 무서워졌다.


어멈은 봉봉을 앞세워 반죽 근처에 가보니, 세상에.

분명 사이사이 여유를 두고 뭉쳐두었던 반죽들이 랩을 뚫고 나올 기세로 부풀어서는

엄청난 크기로 변신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랩에 흐릿하게 서린 입김 같은 것은 어멈을 두렵게 했다.

이 수상한 녀석들이 숨까지 쉰다니. 점점 무서웠다. 조금 징그럽달까.



"이상하다 봉봉. 우리 집에 지금 너랑 나 말고 누군가 또 있어!"



두어 시간이 지난 후 식빵 틀에 옮겨 담았는데 그로부터 두어 시간 후 또다시

위협적인 태세의 식빵 반죽들은 우리 집을 장악해 나갔다.

정말 좀 만지기 무서웠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서!

(사이사이에 외계인처럼 눈이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사실 반죽까지는 좀 징그러웠는데 오븐으로 들어간 뒤엔 평화를 얻었고,

오븐 속에 들어가 구워지는 동안 나는 식빵 냄새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봉봉도 자기 빵이라며 세 덩이를 귀엽게 빚어 넣었지만

막상 구워지고 보니 아쉽게도 큰 덩어리들에 밀려 예쁜 모양을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거대한 애벌레인형 모양으로 어멈 앞에 나타났다.


오른쪽 귀퉁이 애매하고 작은 세덩이가 봉봉의 작품



새벽시간에 완성된 터라 봉봉은 방금 구워진 식빵 맛을 못 봤지만 다음날 아침 봉봉은

아주 흡족해하며 빵과 우유를 먹고 등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래 만드는 사람은 그 음식의 맛을 못 느낀다고 했던가.

봉봉과 출장에서 다음날 돌아온 욥은 식빵을 매우 맛있게 먹었지만

어멈은 처음 오븐에서 나와서 갓 구운 식빵을 먹었을 때,

그냥 그랬다.


식빵과의 신경전 때문인가??

너 암튼 수상해 식빵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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