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두기.
얼마 전 내 생일날이었다.
겨울 내내 너무 추워 알래스카 같던 삼총사의 집이 모처럼 훈기를 찾은 날,
봉봉이가 제일 좋아하는 통목욕을 하기로 했다.
아기 목욕통은 봉봉이 신생아 때 사용하던 것인데,
따로 둘 데가 없어 욕실에 두었던 것을 어느 날 물을 받아 들어가 있게 해 줬더니
봉봉이 너무너무 엄청 많이 좋아하는 목욕통이 되어버렸다.
그런 목욕통이 다시 나오는 날.
"봉봉아 오늘은 아기 목욕통에서 물놀이할 거니까 좋아하는 장난감 챙겨~!"
그렇게 주섬주섬 화장실 문 앞엔 장난감들이 쌓여갔다.
소와 아저씨, 국자와 프라이팬, 주스 통, 장난감 냄비 등 몇 개만 고르게 하고
지퍼백 두장은 그냥 봉봉 물 담아서 가지고 놀게 해 주려고 어멈이 꺼내놓았었다.
봉봉은 특히 지퍼백에 물을 담았다 버렸다 하며 신나게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한두 번 지퍼백 닫는 법을 보여주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퍼 부분을 천천히 눌러 닫고는
어멈에게 건네며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선물이야."
...
"응??"
"이거 봉봉이가 엄마 주는 거 선물이야."
순간 당황하기도 하고 엄마 선물이라고 내미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맨 궁둥이인 봉봉을 엄청 안아줬다.
그리곤 후다닥 물기를 닦고 식탁에 올린 뒤 사진으로 담아뒀다.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봉봉의 선물을 좀 더 보관하고 싶었는데 봉봉이 너무 오래 가지고 논 탓인지
저 상태로 두니 물이 줄줄 새어 나오는 바람에. 오래 못 버텼다.
사진으로 황급히 찍어놓길 잘했지!
봉봉에게 어멈 생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엄마 선물 뭐 줄 거냐고 너무 닦달했나?
봉봉도 아마 자기 생각에 제일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을 선물한 거 같은데.
근데 그러고 목욕 끝나고 나서는 그날 내내 오늘 봉봉이 생일이라며.
"오늘 봉봉이 생일이야. 엄마 생일 아니야."
이러는데.
과연 그녀의 속마음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