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그랬어?
지금에라도 아빠를 이해해보려 해요
아빠,
굉장히 오랜만에 불러보는 호칭이네요. 벌써 연락하지 않고 지낸 지가 10년도 훨씬 넘었네요.
사실 이 글은 나를 아는 사람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그냥 내 마음을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일 뿐이니까요.
내 기억에 아빠는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있어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하고, 화도 잘 내는 다혈질의 사람. 하지만 잔정도 많고 책임감도 컸던 사람.
둘째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나와서 그럴까요.
힘들고 나쁜 기억만 남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좋았던 기억도 하나씩 떠오르는 걸 보면 나는 다른 가족들보단 겪은 일이 적어서 그럴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글을 남기려고 생각도 하는 거겠죠.
10대엔 아빠가 너무 무섭고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한창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분위기도 점점 나빠졌던 걸로 기억해요. 20대엔 따로 살았지만 두려움이라는 존재가 항상 내 마음을 좀먹고 있었어요. 아마 그즈음이었을 거예요.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게. 하지만 공포와 두려움은 30대가 된 지금도 마음속 한편에 뿌리내리고 있어요. 마음속에서 내쫓으려 애를 써보지만 워낙 깊게 뿌리내려 자라온 것이라 가지를 아무리 쳐내고 기둥을 잘라내도 다시 새싹이 자라고 가지가 나면서 여전히 버티고 있어요.
공황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치료를 받으며 꽤 많은 책을 읽었어요. 그 사이 느끼게 됐어요. 내 마음속 병의 근원은 오랜 시간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현재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괜찮아질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마흔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아빠의 행동이 왜 그랬는지, 가족들에게 왜 그렇게 했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까 해요.
아니, 지금에서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이해해 볼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흉터가 다시 아파오기도 하겠지만 용기 내볼래요. 내 상처를 제대로 보듬어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러니 이제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