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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Mar 27. 2024

우울중독

정신과


"선생님.

문득 생각해 보니 저는 우울에 중독된 것 같아요​. 우울이 사라지면 어떠한 감정도 채워지지 않고 그저 공허만이 있어요. 그 공간을 채우고 싶으니까 가장 쉽게 끌어낼 수 있는 게 우울이니까 저는 자꾸만 우울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울 말고는 어떠한 감정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으로 공허를 채워야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우울을 찾아다녔어요. 우울해지기 위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수십 번을 넘게 봤어요. 우울에 잠식당한 채 누구의 우울인지도 모를 우울을 곱씹으며 우울한 감정을 즐겼던 것 같아요.


어감이 조금 이상하지만 우울한 저를 좋아하는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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