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의 불안
정신과
"선생님.
마음이 무너져 내려요. 불안이 차올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미칠 것 같은 이 불안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사라져야 할까요.
결국 저는 저를 죽이겠죠. 모은 약을 다시 꺼내 들여다봤어요. 이 정도면 될까 하고 또 불안해졌어요. 어느 정도의 양이어야 되는지 모르니까 저는 불안해져요. 죽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정말 죽어버릴까 봐 불안해요.
저는 살고 싶은데, 잘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제 마음은 병들었고 저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에너지가 소모돼요. 매번 피곤하고 지쳐요. 살아있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무엇도 할 수가 없어요.
약을 먹고 우울이 걷히고 불안이 조금은 잠잠해졌어요. 그럼에도 이건 정말 낫는 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약이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뿐이라고, 외부에서의 자극에는 효과가 없다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불안에 휩쓸리면 죽을 것만 같아져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