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사 통보인지 해고 통보인지 모를 두 번째이자 사실상 최종 통보를 받고도 또 일주일이 지났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그러나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흐른 일주일이었다. 야속하게도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회사도 세상도… 이미 잘 알고 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생생하면서도 몽롱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지 일주일 전에는 생각도 못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다시 현실을 살아야지 하며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래를 그리려면 반드시 지난 삶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요리가 끝난 레시피를 되짚어보고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는 셰프의 마음으로. 그녀는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지난 삶을 반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회사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슬로건 ’인간에게서 배우고, 그 배움을 실천합니다‘.
헛웃음이 나는 그녀였다. 그녀가 그곳에서 만난 인간들에게서 배운 것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걸까.
2.
그녀의 집인 경기도 동쪽 끝 위내시에서 전 직장인 서울의 서쪽 끝 마동구까지의 거리는 직선거리 36km, 버스를 타고 지하철도 두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간 제대로 잠들 수 없었던 그녀는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반쯤 나간 정신으로 그 길을 되짚어갔다.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그 반쯤 되는 18km를 온 상태였다. 이왕 반쯤 왔으니 적어도 지난날의 나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라는 셈 치고 그냥 한 번 가보자는 마음이 든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냥 회사를 향해 가버렸다. 아무도, 아니 한 명쯤은 회사에 있을 아침 8시, 마침내 그 회사 현판 앞에 서 있게 됐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 그저 오래된 나무 현판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 머리 위로 ‘멍멍’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2층에서 하얀 입에 갈색 똥을 묻힌 수국이가 쳐다보는 게 보였다. ‘안녕! 오랜만이네’ 그녀는 반가운 맘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출입은 이미 금지됐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수국이를 최대한 오래 보고 있기로 했다. 최대한 눈에 수국이를 많이 담고 가자라 생각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