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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킹콩 May 03. 2021

20. 동생은 형아가 부러워.


 나는 첫째고 우리는 남매다. 그래서인지 딱히 남동생과의 접점도 없으며 녀석을 부러워해 본 적도 없다. 아니, 애초에 부러워할만한 건덕지도 없다. 그리고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 반해 도통이와 토리는 형제다. 둘의 성별이 같아서일까. 토리는 형아만 졸졸 쫓아다니는 그야말로 ‘형아바라기’ 이다. 녀석은 형아가 하는 것은 다 해야 했고 형아가 갖고 있는 것은 다 가져야만 했다. 당연히 선물도 똑같은 것을 사줘야 했다.


 생일, 크리스마스, 어린이 날, 뭔 날, 뭔 날... 이것들은 왜 이리 많고, 또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마치 시간을 회전판으로 팽그르르 돌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 날은 찾아왔고 나는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도통이랑 토리는 어린이 날에 뭐 갖고 싶어?”

 

 한참 갸웃갸웃 생각을 하는 도통이와는 다르게 의외로 토리에게서 즉답이 나왔다.


 “응, 엄마. 나는 셋째가 갖고 싶어요.”


 와우, 품목 선정 미쳤... 너 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거니?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라고 이 느닷없는 자식아. 카봇, 또봇, 터닝메카드! 응? 그런 거 말이다. 라고 윽박지르면 우니까 다정하게 말해보자.


 “흠... 토리야.(시키야) 그 문제는 나중에 니가 어른되서 결혼하면 니 아내랑 상의하는 걸로 하자.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는 다른 걸 골라볼까?”

 “싫어! 엄마 셋째! 엄마가 어른이잖아! 엄마가 아빠랑 결혼했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셋째 만들어줘!”


 아니, 이 새끼가... 애완짐승을 사달래도 거절할 판국에 나더러 니들 같은 걸 또 만들라는 것이냐. 니들이나 먼저 탈짐승 하고 그 후에 새짐승을 주문하든가. 그때 도통이가 말했다.


 “엄마, 토리가 이렇게 원하는데 그냥 만들어줘.”


허, 이것들이. 셋째는 클레이로 만드는 줄 아나.


 “내 생각엔 엄마가 아빠 사랑을 안 받아줘서 셋째가 안 생기는 거 같아. 아빠는 엄마 사랑한데.”


 허, 이렇게 억울할 데가. 누가 누구 사랑을 안 받아줘? 니가 우리 역사를 알면 절대로 그런 말은 못 할... 어? 뭐라고? 사랑을 뭐라고? 도통이 이 자식...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는 건가? 나는 순간 대혼란에 빠졌다. 녀석은 내 얼굴을 한번 흘깃, 지 아빠 얼굴을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 지금 당장 아빠 사랑을 받아줘. 아빠는 얼른 엄마한테 사랑을 주고. 얼른.”


 아, 이 자식... 모르는구나. 다행이다.

 어? 다행이라고? 나는 무의식 중에 툭 튀어나온 이 감정에 당황했다. 도대체 뭐가 다행이라는 것인지. 방금까지만 해도 녀석들이 빨리 자라서 탈짐승을 해주길 바랬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 아이가 오랫동안 작은 아이로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엄마의 이기심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마누라가 옆에서 마음이 어지럽든 말든 신랑은 싱글벙글해져서 말했다.


 “여보야, 도통이가 너더러 내 사랑을 지금 당장 여기서 받아주라는데... 넌 괜찮겠어?”


 우와, 이 미친자가 지금 뭐라고 씨부리는 거니? 제발 좀 한 놈이라도 낮에는 내 눈에 안 보였으면.


 “여보야, 너 출근 안 하니?”

 “응. 나 오늘도 재택이야.”

 “....... 젠장, 망할 씹어먹을 코로나 같으니라고.”

 “여보야, 나 집에 있는 게 그렇게 좋아? 나 내일도 재택 할 건데.”


 아, 내일도... 그래, 내가 나가면 되겠구나. 왜때문인지 요즘은 저 양반까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기분이다. 하여 신랑과의 대화를 쿨하게 포기하고 토리에게 물었다.   


 “토리는 왜 셋째가 갖고 싶은데?”

 “응! 형아만 동생이 있잖아! 나도 동생 갖고 싶어!”


 허, 이건 또 무슨 도깨비방망이 같은 논리인가. 그 형아의 동생이 너거든요. 심지어 형아 말 드럽게 안 듣는 말썽꾸러기 동생. 마치 울 신랑이 나에게 ‘왜 너만 남편 있어? 나도 남편 갖고 싶어.’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 와우,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생각만으로도 빡치네.


두살 토리 궁둥이

 

 심지어 토리는 웬만하면 남들이 탐내지 않을 품목까지 탐을 냈다. 하루는 토리의 스케치북에서 이런 메모를 발견했다.

  5+4 = 8
  2+2 = 6

  하하. 니가 둘째라고 내가 너를 너무 신경을 안 썼나 보다. 이따위로 적어놓은걸 보니.

 이 놈은 평소에 형아가 푸는 수학 문제집까지 부러웠던 것이다. 이쯤 되면 참... 동생 놈들이란. 그런데 문제는 이 위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채점이 되어 있는 모양새까지 따라한 모양인데, 이것만은 두고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토리를 조용히 호출했다.


 “토리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게. 이거 틀렸어. 그리고 틀린 거에다가는 동그라미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토리가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응? 왜 충격받지?


 “그렇지만... 아빠가 이거 맞다고 했는걸?”


뭐? 아빠가?

하, 이런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인간 같으니.


 “여보야! 애한테는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이걸 맞다고 하면 어떻게 해.”


그랬더니 우리 신랑 하는 말.


 “왜? 맞을 수도 있지. 여보야 생각해봐. 초콜릿 5개가 있는데 4개를 더 샀어. 근데 사면서 내가 한 개를 먹었어. 그럼 8개일 수도 있지.”

 “여보야. 그럴 때는 ‘-1’을 적어야 하는 거야. 수학은 과정이 모두 들어가야 하는 거라고!”


그 말을 듣자 신랑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보야. 그럼 이 경우는 어떨까? 사람이 둘과 둘이 모이면 어쩌다 보면 여섯 명이 될 수도 있잖아? 우리도 둘이 모였는데 4명이 되었고. 그럴 때도 과정을 다 적어야 하는.... 웁웁.”


번개처럼 튀어나가서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닥쳐.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야?”

 “웁웁웁우웁!”

 “닥치라고.”

 “우우웁웁!”

 “닥칠 거야?”

 “읍웁.”


 신랑 놈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 입을 풀어줬다. 와, 그립다. 옛날 율군.




아빠 닮은 첫째와 엄마 닮은 둘째



덧붙1.


 그런데 셋째는 우리 가족 모두가 원합니다. 저만 빼고요. 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적군이지요. 하루는 여행을 하러 나가기 전에 마지막 체크를 했습니다.


 “여보야. 우리 빼먹은 거 있나?”

 “어디 보자. 우리 첫째는 있고 우리 둘째도 있고... 우리 셋째가 없네?”


하아, 이 느자구없는 인간 또 시작이네.


 “여보야. 우리가 아기 돼지 삼 형제야? 왜 자꾸 셋째를 찾아.”

 “여보야, 셋째는 벽돌집을 짓지 않을까?”


 응, 아니야.

 첫째가 널 닮았고, 둘째가 날 닮았으니, 셋째는 너와 나를 닮겠지. 닮은 거 그만 만들자. 포기하렴.





덧붙2.


 어떤 독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애원하셨습니다.


 “작가님, 제발 신랑 얘기 안 하면 안 돼요? 저 공순이 달살로의 율군 좋아하는 데, 도통이 이야기에서 신랑 얘기 볼 때마다 깬 단말이에요.”


네, 독자님.

그놈이랑 이놈이랑 다른 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전 그렇게 생각한 지 오래입니다.



도통이 이야기는 매주 월요일에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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