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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y 31. 2024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없다

등장인물의 역할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 '홍길동전'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 들과 함께 소설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눌 때, 매번 빼놓지 않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성격을 이해하는데 시간과 공을 들인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어떤 인물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 인물의 어떤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그렇게 느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홍길동전으로 책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은 등장인물 중 임금님과 길동의 형인 인형의 성격을 말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유는 주인공도 아니고 드라마틱 한 사건과 연결된 것도 아니니 딱히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등장인물 중  자주 등장하지 않고  역할이 작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인물이 등장한 이유는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 불 필요한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비중이 적은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냥 흘려보내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홍길동전을 읽고 임금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존재감이 없다. 길동이를 잡으라고 난리를 치다가 또 길동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니 왠지 왕처럼 안 느껴진다는 등 소설 석 임금이 굉장히 능력이 있는 인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왕인데도 조금 비리비리한...... 그런 왕 정도.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홍길동전을 읽고 임금님이 나쁜 놈처럼 느껴지니?"


임금님이 나쁜 놈처럼 느껴진다는 아이는 없다. 그냥 좀 한심해 보이는 정도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의적이 등장하는 소설 속 왕이라면 악독한 왕이 등장해야 주인공이 시원하게 한방에 끝낼 수 있지 않은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면서도 "짐이 너희를 용서한다.'정도의 말을 남길 정도로 밉상이거나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작품 속 임금님의 캐릭터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홍길동전의 임금님이 악독한 왕이거나 시대의 밉상이라면 홍길동전의 뒷이야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홍길동이 율도국이 아닌 조선 안에서 반역을 일으켜 왕 위에 오르는 것이 인과 관계에 맞다. 홍길동이 조선에서 역모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조선을 떠나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설정에서는 어찌 보면 조금 한심해 보이지만, 악독하지 않은 임금이 이야기에 적합하다.


우리는 홍길동전을 허균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은 해주지만, 여전히 교과서나 시험에서는 허균의 작품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설명해 준다.


허균의 작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다른 이의 작품이라도 대의 모순을 비판하는 앞선 작품이지만 역모를 다루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율도국이라는 설정은 참 묘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작품이든 홍길동전은 역시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의 역할과 성격을 골똘히 생각하며 읽으면 작품을 이해하고 독해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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