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조 유방의 용인술
* 오불여(吾不如) ― ‘나는 당신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했던 한 고조 유방의 용인술을 가리키는 말
한 고조 유방과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역대 중국 황제 중 가장 신분이 낮은 계층 출신이다. 특히 하층 빈민 출신인 유방은 그 이름조차 분명치 않을 정도다. 즉위 후에야 ‘유방’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낯설었기 때문이다. 출신 신분으로만 보면 그는 황제는커녕 장수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해 천하를 제패했다.
한 고조 유방의 용인술을 말할 때 흔히 ‘오불여(吾不如)’라고 한다. 지나친 애주가요, 속이 좁고, 질투심이 많았던 고조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천하를 제패하는 데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각 분야의 인재를 찾아서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보완했다.
항우와의 마지막 결전에서 승리한 유방이 황제 즉위 후 군신들과 연회를 베풀 때의 일이다.
군신들의 속마음이 궁금했던 고조가 물었다.
“보잘것없던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며, 천하무적이었던 항 씨가 천하를 잃은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오?”
그러자 고기(高起)가 말했다.
“폐하는 오만하셔서 사람을 업신여기지만, 항 씨는 어질어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뿐이오?”
그 말에 옆에 있던 왕릉(王陵)이 말했다.
“폐하는 사람을 부려 성과 땅을 공략하게 해 적이 항복하면 그것을 나눠주어 천하와 함께 이익을 함께 합니다. 하지만 항 씨는 어질고 유능한 자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공을 세우면 해치고, 어질면 의심합니다. 싸워서 이겨도 그 사람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땅을 얻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 이익을 나눠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오. 군영의 장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며(吾不如子房),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로하며, 군량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이지 않게 하는 일은 소하만 못하오(吾不如蕭何). 또한, 백만 대군을 통솔해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는 내가 한신만 못하오(吾不如韓信). 세 사람은 모두 호걸 중의 호걸이오. 내가 그들을 기용한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비결이오. 항 씨에게도 범증(范增)이 있었지만, 그는 그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소. 그것이 바로 그가 내게 패한 결정적인 이유요.”
― 《정관정요》 중에서
알다시피, 한 고조는 항우와 비교해서 모든 면에서 절대 열세였다. 군사력은 물론 영지도 매우 좁았으며, 전투 능력에서도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용장인 항우와는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천하를 차지한 것은 항우가 아닌 그였다. 그가 반전의 리더로 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소하, 한신, 장량 같은 인재들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무릇, 리더는 한 고조와 같아야 한다. 자신만 뛰어나다고 해서 조직이 저절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분야의 인재를 발탁한 후 적재적소에 그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조의 ‘오불여’ 용인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