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삶의 탈출구가 있어야 한다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진정한 어른으로 사는 법

by 마테호른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가난도 걱정도 병도 슬픔도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에 권태를 느끼는 것이다.

__ 마키아벨리




◆ 중년의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나이 들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무작정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잘 달려온 것인지, 앞으로도 이렇게 달리는 것이 가능한지, 이런 삶이 과연 내가 바라는 삶이었는지,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라는 실존적 불안과 의문이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쳐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년을 ‘사추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사춘기’에 빗댄 말이다. 실제로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정신·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기에 몹시 심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짐 콘웨이 박사의 《중년의 위기》를 보면 중년 남편의 위기를 묘사한 어느 미국인 아내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보기에 남편은 무너지고 있거나 미치는 중이다. 남편은 늘 믿음직스럽고 충만하고 견고한 사람이었다.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의무감도 있었다. 그런 남편이 지난 몇 달 동안 갑자기 크게 변했다. 반항과 공격밖에 모른다. 결혼에 반항하고, 내게 반항하고, 자기 직업에 반항한다. 제멋대로고 다루기 힘들고 막무가내다. 한마디로 통제 불능이다.”


믿음직스럽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랐을 그의 아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남자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여자들 역시 중년이 되면 수많은 변화와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 특히 ‘갱년기’ 몸의 변화는 많은 여성을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것은 물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쯤 되면 공들여 키운 자식들은 곁을 떠나고, 남편과도 서먹서먹해지기 일쑤다. 그 모습이 빈 둥지에 혼자 남겨진 어미 새와도 같다고 해서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중년의 이런 위기와 걱정, 외로움은 사회생활의 불안과 실패로 이어진다. 따라서 거기에 이르기 전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갖는 것이다.


친구 한 명이 얼마 전부터 갑자기 서예를 시작했다. 매우 활동적인 성격과는 상반된 선택이었기에 조금 놀랐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는 말에 곧 수긍했다. 친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 우울증이래. 의사가 그러더라. 하고 싶었던 일 있으면 꼭 해보라고. 그래서 붓 통 들고 다니면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한일자부터 열심히 그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본래의 내가 아니듯이, 내가 아는 친구의 모습 역시 그의 본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변했듯이 친구도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우리는 마흔을 한참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거의 반백의 세월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얼마나 삶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치이면서 닳고 깨지며 많이 변했겠는가.


친구는 서예를 하면서 다행히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걱정을 했다. 자신처럼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단히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미국 아이다호주에 마흔을 갓 넘은 가톨릭 사제가 있었다. 15년 동안 그는 비교적 큰 교구의 사제로 열심히 일하며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제로서의 소명도 싸늘하게 식었을 뿐만 아니라 난생처음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즐거움으로 임했던 기도가 부담스러운 일거리가 되었으며,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못 본 척하며 눈감아 버렸다. 결정을 내려도 바보 같은 짓만 반복했다. 한마디로 중년의 위기였다.


결국, 그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어느 산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조그만 오두막으로 도망쳤다. 요컨대, 모든 것을 멈추고 정지시킨 셈이었다. 이 멈춤으로 그는 결국 사제복을 벗고 다시 공부해서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멈춤’ 전도사 데이비드 쿤디츠의 이야기이다.


“단 1초라도 좋으니, 순간 정지하라. 하던 일을 멈추고, 앉아 있든 서 있든, 눈을 뜨든 감든, 심호흡하고, 정신을 집중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라. 휴식시간에는 완전히 일을 잊어라. 일하면서도 걸을 수 있다면 걸어라. 출퇴근 시간은 멈춤의 황금시간이다. 뉴스 따위는 듣지 말고, 넥타이를 풀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음악을 들어라. 할 수 있다면 긴 여행이 좋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라. 일생에 한두 차례 찾아오는 삶의 위기에서는 아예 한 달쯤 일에서 떠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__ 데이비드 J. 쿤디츠, 《멈춤Stopping》 중에서


‘나이 들어가는 남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화두 삼아 중년 남성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심리 전문가 존 로빈 박사는 《남자답게 나이 드는 법》에서 경쟁과 성과가 우선시되는 전쟁 같은 삶에 지친 중년 남성에게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한물간 전사’가 아니라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진정한 어른으로 살 것을 권한다.


그 시작은 다음 질문이다. 아울러 이는 중년 남성뿐만 아니라 중년 여성에게도 해당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중년의 위기를 무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에게 맞는 탈출구를 하나쯤 찾아야 한다. 악기 연주 건, 운동이건, 독서 건, 영화 및 음악 감상이건, 동호회 활동이건 상관없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택해서 마음의 쌓인 때를 벗겨내야 한다. 또한, 위기를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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