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버려야 할 것, 붙잡아야 할 것

내려가야 할 때 잘 내려가는 법

by 마테호른


내면의 나침반에 따라 살 때 인생의 참뜻에 성큼 다가선다.

__ 앤드루 매슈스




◆ 나이 들수록 삶의 전진을 방해하는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내려가야 할 때 잘 내려가고 싶다. 더는 욕심내지 않고, 나를 밟고 올라가는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직장 다닐 때 한 선배가 했던 말이다. 은퇴와는 거리가 한참 멀 때였고, 모든 것이 자신만만하고 걱정이 없었던 때라 ‘그저 좋은 말’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와 똑같은 말을 누군가에게 다시 듣게 되었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그때는 뭔가가 머리를 강하게 때리는 듯했다.


나이 들수록 삶의 전진을 방해하는 욕심과 쓸데없는 집착은 버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는 불안하거나 헤매지 않고 원하는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술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불콰해질 정도여서 스스로 술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술 마시는 사람이 없었던 영향도 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면서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했다. 술맛을 알아서가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술은 내게 그저 쓴 물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외로움을 떨치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운동하자니 하다 보면 되레 스트레스받아서 싫었고, 동호회 활동을 하기에는 낯을 많이 가렸다. 술이 그나마 나았다.


속이 깎이는 아픔을 겪는 동안 주량은 점점 늘어갔다. 말 역시 부쩍 많아졌다. 그러자 평소에 사이가 그리 두텁지 않아서 거리를 두던 친구들과도 만나는 횟수가 점점 늘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시답잖은 얘기를 하며 서먹함을 없애고, 그리 오래가지 않을 의리와 우정을 말하며 웃곤 했다.


지금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모임 역시 뜸해졌다. 나이 들면서 대부분 친구가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데는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심전심으로 다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들은 아직도 한창때인 듯 두주불사를 자랑하며 예전 같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하곤 한다.


수많은 강연과 책을 통해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온 법륜스님은 《인생수업》에서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어릴 때 우정으로 뭉쳤던 친구들도 세월이 가면 자기 살기 바빠서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 어릴 때는 떨어져 살 거라고 상상을 못 했던 형제도 나이가 들면 뿔뿔이 흩어집니다. … 이런 변화는 자신이 몸담은 울타리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것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옛 기억 속에서만 머물며 ‘그때가 좋았다’라고 집착하기 때문에 변화를 못 받아들이고 혼자 괴로워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나쁘고 의리가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아직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떤 길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원숭이 사냥을 한다. 그들은 원숭이가 손바닥을 폈을 때 겨우 들어갈 만큼 입구가 작은 구멍을 나무에 뚫거나, 그와 비슷한 구멍을 입구에 낸 항아리를 원숭이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놓아둔다. 그리고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넣어두고 원숭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가다가 그것을 발견한 원숭이는 손을 넣어 바나나를 움켜쥐기 일쑤다. 곧 맛있는 과일을 먹을 일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달콤한 상상과는 달리, 원숭이는 결국 과일을 먹을 수 없다. 바나나를 움켜쥔 손을 구멍에서 빼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움켜쥔 주먹만 펴면 얼마든지 거기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지만, 바나나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못한 채 부족에게 산 채로 잡히고 마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인간에게 생포 당하는 셈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나친 욕심과 집착 때문에 힘들게 쌓아온 것을 모두 잃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나는 자기 능력에 맞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큰 비결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곤 한다.


누구나 살면서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헤맬 때가 가끔 있다. 길을 잃지 않았는데도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자신의 선택에 자신 없거나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묻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떤 길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설령, 잠시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곧 제자리를 찾는다.


나이 들수록 돈이나 명예보다는 나를 찾아야만 한다. 세상에는 스스로 불행해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돈이나 명예에 집착하는 것 역시 그중 하나다. 돈이나 명예에 집착하게 되면 내 삶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한 수동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목표를 완성해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 중 머릿속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꾸 맴도는 사람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 들수록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는 삶이 아닌,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은 깨달음과 변화의 연속이다. 초등 입맛이던 내가 어른 입맛으로 변하고, 자신을 희생하고 산 동생에게 속죄하리라고는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친구와의 소원함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 들수록 오만과 편견, 독선, 욕심을 버리고, 그 자리를 겸손과 사랑, 양보, 만족으로 채워야 한다. 오만과 편견, 독선, 욕심은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봐야 할 것을 볼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행복 역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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