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덕질의 순기능
덕질: 무언가를 파고드는 것
사실 덕질하기 전에 주변에서 들었던 덕질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느냐, 시간이 낭비되지 않느냐' 등 다양한 시선을 본 적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돈이나 시간의 사용은 내가 더 나에게 도움되는 방향에 쓰는 거라면 낭비다라고 하는 건 개개인의 선택이였고, 실제로는 순기능이 훨씬 많았다.
몇가지 뽑아보자면...?
2020년-2021년에 스스로에게 유난히 힘든 일들이 많이 쏟아졌다. 게다가 움직임이 줄어드니 확찐자가 되기도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었지만 사실상 그럴 에너지가 나한테 없었다. 처음엔 영상으로도 기분전환, 생각전환을 하면서 그래, 이렇게라도 우울엔 빠지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지나니 워낙 열심히 사는 오마이걸을 보면서 나도 조금 더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동기부여를 받았고 나는 식단조절과 운동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100일의 목표를 세우고 무작정 매일 걸으러 나갔다. 나가서 걸을때마다 오마이걸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를 더 듣고싶어서 운동을 더 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목소리 자체에서 에너지를 받아서 더 신나게 했다. 게다가 운동하는 시간에 브이앱(아이돌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채널 중 하나, SNS라이브처럼 팬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아이돌은 화면을 켜거나 라디오처럼 목소리로 소통이 가능하다) 이라도 있으면 더 신났다. 운동하다가 나도 모르게 브이앱 들으며 걷다가 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운동하는데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
항상 오마이걸 멤버들은 팬들에게 건강해야한다고 말하고, 본인들은 걱정 안끼치도록 열심히 건강챙기고 있다라고 말한다. 내 가수가 그런 사람이다보니 나도 더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나중에 왠지 자랑도 하고싶었다. 덕분에 건강을 많이 챙기게 되었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운동나가는 시간은 많이 즐거워졌고, 3개월만에 7kg을 감량했고 (이후 다른 이유도 있었긴 했지만) 현재까지 5개월간 12kg를 감량하고 유지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건강한 나에 관심이 많다.
나는 영상을 끝까지 잘 못보는 병(?) 같은 게 있는데, 흥미가 훅 꽂히지 않는 이상 영화든 드라마든 10초뒤로를... 엄청 누르는 사람이다. (대부분은 그냥 스토리만 궁금한가보다. 물론 꽂히는 영상은 카메라 무빙까지 생각하면서 몇번을 다시 본다. 대사하나하나 음미하면서..) 그러다보니 잘 안하는 게 유튜브 구독, 유튜브 영상보기다. 그런데 그런 내가 유튜브 구독에, 모든 영상을 정주행한 적이 있다. 잘 안하는 좋아요, 댓글까지 달면서 말이다.
오마이걸 미미의 밈PD / [__-_____-_]mmmii (https://www.youtube.com/c/mmmii) 채널이었다. 처음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연예인 팔로우도 처음 해봤다...) 미미가 유튜브를 한다는 걸 알고 뭘까하고 들어갔다가 너무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느껴서 진짜 처음부터 모든 영상을 다봤다. 직접 촬영하고, 편집을 해서 올리는 데 재미까지 있었다. 자막을 통해, 말을 통해서 진솔한 이야기들이 쏟아져서 그때 미미에 대해서 더 알게되고 나니 미미의 마인드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사이에서 '밈춘기'라고 불리는 게 있는데, 스스로 착한 아이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가 본인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고 팬들이 붙여줬다. (밈춘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vsPuxI82-o). 그런데 그 솔직한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팬들이 정말 좋아한다.
마인드를 보다보니 다른 멤버들도 궁금해져서 그동안 오마이걸 멤버들이 한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정말 배울 게 많았다.
오마이걸은 공백기에도 항상 연습을 놓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커버하고 싶은 노래나 춤을 연습하거나
틈틈이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
-오마이걸 지호
연습은 당연히 해야해요.
-오마이걸 비니
오마이걸이 나보다 소중하다.
난 정말 이 팀에 진심이다
- 오마이걸 효정
도전에는 시기와 정도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려 해요
- 오마이걸 승희
지금 순위낮은거 어떻게 할 수 없어.
이미 결정된 일이고 괜찮아.
내일 당장 무대가 있으니까.
그걸 잘하면 돼.
- 오마이걸 미미
인터뷰 글을 읽으면서 단단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나약해질 수 있는 마음, 20살때부터 자기계발해왔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언제든 환경이 오면 무너지곤 했는데 나를 더 단단하게해주는 그 마인드를 배우고자 노력하기로 했고 진행중이다.
나는 평상시에도 자기관리,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책도 읽고 생각도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브런치 결산해보니 나도 몰랐는데 생각이라는 단어를 엄청 썼는지 생각작가로 나오더라) 그런데 덕질을 하면서 최근 내가 느낀 부분이 있다면 나에게 나도 몰랐던 모습들이 있었고, 나는 표현할 수 있게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에게서 꺼내지는 경험을 했다. 오마이걸 멤버들이 웃으면서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속에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가 오마이걸을 좋아하면서 내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몰랐던 나를 마주하고 또 성장중이다.
최근에 친구와 대화하면서 내가 느낀 부분을 이야기했더니,
내가 오랫동안 너를 봐왔기
때문에 그건 맞아.
네가 널 꼭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네가 알게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대단한거라고 생각해.
내가 네가 좋아하는 걸그룹에게
고마워해야겠다.
내 친구가 이렇게 느낄 수 있게 해준걸!
14년지기 친구는 내가 아이돌 덕질을 하는 걸 보면서 참 좋다고 인정해준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걸 느낀다고 한다. 내 주변사람들마저 이렇게 덕질의 순기능을 느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나를 많이 바꾸어준다.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은 건
모두가 가지는 마음이죠.
여러분은 좋아하는 사람의 어떤 걸
배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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