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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14. 2018

데이트코스의 필수 '스테이크'의 오해


 소개팅이나, 연인의 데이트, 그 과정 중에는 한 번은 분위기를 내려고 평소보다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찾기도 한다. 그중에서 제일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크다. 주변에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를 잡으러 오신 손님들이 많고, 레스토랑 안에는 점잖고 깔끔해 보이는 웨이터는 물론 잔잔하게 주변에 흘리는 음악은 더없이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저 연인과의 시간을 즐기기만 하기에도 뭐하다. 기왕에 평소보다 비싼 돈을 주고 먹는 음식인 만큼 나름대로 음미를 해보기로 한다. 레스토랑마다 스테이크를 취급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스테이크가 담긴 그릇이 그릴로 나와서 먹는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도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스테이크의 질감이 질겨진다. 그렇기에 평범한 그릇에 미디엄 레어를 먹는 게 평균적이다. 아무래도 요리의 온도가 있기 때문에 따뜻한 그릇이 아니더라도 스테이크는 계속 익으며 질겨진다. 소고기니까, 소고기는 핏기가 있을 때 먹어야 부드럽다.


 데이트를 하러 왔는데, 맛있는 걸 먹어야 하니까, 기왕 맛있는 거 정말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그러려면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선 그 요리에 대해 잘 알아야 자신이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기껏 스테이크에 그리 알고 싶지 않다면 그냥 분위기만 즐기면 되지만, 자신이 맛있는 것을 먹고 있는지 덜 떨어져 가격에 맞지 않는 걸 먹고 있는지 모르는 채 연인과 식사자리를 즐길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은 상당히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그 상대가 어떤 스테이크가 맛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건가?

"어때요? 스테이크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그래요? 흠..."

 분명 스테이크를 잘 아는 사람이 이 스테이크가 맛이 없는데, 그런 말을 한다면 어떤 의미로도 여러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기에 데이트 코스의 대표적인 스테이크. 반드시라고 강요는 하지 않겠지만, 정말 잘 알 필요가 있다.




 스테이크는 저가로 판매하기 위해서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당도 있다. 또는 닭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스테이크는 굳이 소고기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 재료로도 충분히 고기를 부드럽게 구울 수 있다. 그 부드러움의 차이를 육즙으로 조절하는 게 제일 안정적인 조건이다. 물론 한계는 분명하게 있겠지만.


닭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좌)와 돼지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우)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구의 남자가 스테이크를 굽는 걸로 화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화재의 요점은 맛보다는 두 손으로 들어도 돌덩이 같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스테이크를 물어뜯기 때문이었다. 그가 스테이크를 뒤집고 고기를 세로로 세워 잡으면서 지져내는데, 계속 강조하는 게 있었다. 바로 '육즙'이다.

 육즙이 고기 안에서 머물어야 부드럽고 맛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늘 말한다. 겉 표면을 구워서 고기 안에 육즙을 가두 워야 하기 때문에 겉을 바짝 구워야 한다고.

 그건 정말 맞는 말일까?


 육즙이 날아간다는 것의 핵심은 단백질을 열로 지졌을 때 육즙이 고기 안에 남느냐 남지 않느냐다. 당연히 흘러나온 육즙이 계속 열에 지져지면 날아간다. 그렇기에 요리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겉 표면을 구워서 '육즙 가두기'라는 표현으로 기술인 마냥 선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해 나온 스테이크, 그리고 다 먹고 남은 접시에 육즙이 왜 남아져 있는 걸까? 육즙을 가두었다면서 썰면서 다 흘러나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육즙 가두기라는 것이 육즙을 가두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 겉 표면을 바삭하게 굽는 정확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고기가 구워지면 색이 변한다. 그건 어떤 것도 다르지 않지만,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시키는 냄새,  것은 열에 지져지는 고기 안에는 수분이 제거되면서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화학반응이기도 한데, 사람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작고 다양하게 변하게 하면서 맛과 향을 풍부하게 만든다.


 즉, 겉을 바삭하게 굽는 이유는 육즙보다는 인간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기 위한 화학반응을 발생하 시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문한 고기 상태의, 예를 들면 미디엄 레어로 구워내면 잠시 뜸을 들인다. 그건 레스팅이라고 하는데, 열에 지져지면서 고기 안쪽에 모여든 육즙들을 전체적으로 퍼트리기 위함이다. 그렇게 되면 골고루 육즙에 젖어져 있는 고기를 어느 부분을 썰어 먹던 같은 맛으로 느낄 수 있다.


 바삭하게 구워진 표면과 그 안에 육즙까지 풍부하게 들어 있다면, 그만큼 훌륭한 스테이크를 접하게 된다.  




 중화식당에는 그런 말이 있다고 한다.

'손님들이 제일 찾는 것은 자장면이며, 제일 많이 만드는 것도 자장면이지만, 제일 만들기 어려운 게 자장면이다.'

 대표적인 음식을 낸다는 건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연인들이 분위기를 내려면 찾는 곳이 스테이크를 잘하는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그만큼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게 스테이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양식의 요리사들은 스테이크를 만드는 게 제일 어려워하기도 하며, 전문적으로 스테이크 요리만 하는 사람을 따로 두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음식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건, 좀 고지식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정확하게 알든 모르든, 자신 앞에 놓인 식사를 즐기기만 하면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 스무 살이 되어서 연인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을 용기를 낸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먼지만 날리는 지갑을 더 먼지만 날리게 만들면서 까지 연인과 함께 먹고 싶었다. 처음 먹어본 것이기에, 스테이크를 먹으며 데이트를 한다는 것 자체에 좋았지만, 처음 먹어본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처음 먹어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맛이 없었던 스테이크였다. 그때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최저 수준의 스테이크를 첫 스테이크로 경험했다. 그게 맛있었고, 계속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했을 것이다.

 다행이 그 연인도 스테이크를 처음 먹어봐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내가 안내한 식당에 최악의 스테이크를 먹였다는 걸 알게되면 마냥 기분이 좋아할 것 같진 않았다. 물론 몰랐기에 이해를 해주었다면 그것 또한 다행이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하는 바라는 마음을 이렇게 전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은 신체적으로도 만족감을 주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 연인 사이에 좋은 추억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맛있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맛있는 것을 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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