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Jul 25. 2018

학교 앞에 분식집 떡볶이에 대한 추억


 2000년대에 학교 앞에는 문방구는 물론 그 옆에는 분식집이 하나쯤은 꼭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만 분식집은 세 곳이 있었고, 학교에서 가까운 만큼 초등학생이 자주 가는 분식집이 따로 없었다.

 그런 분식집은 초등학생의 취향에 맞게 맞춰져 있었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포켓몬스터'의 마스코트 피카츄의 모양을 딴 돈가스. 그 분식집에서 만든 수제 햄버거, 설탕과 케첩을 뿌려먹었던 핫도그. 내가 아는 분식집은 그 분식집에서 여유 있게 먹는 것보다는, 분식집에서 먹을 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기가 많았다.



 그중 일회용 컵에 담아 주는 떡볶이가 유행이었다.



 그 당시는 일반적인 떡볶이 떡이 아닌, 시중에 나오는 떡볶이 떡을 삼등분을 하여서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크기의 떡이 일회용 컵에 남는 공간 없이 한가득 담아주어서 그런지 잔뜩 먹을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시가도 있겠지만, 1회용 컵에 떡볶이를 가득 담아 먹은 게 300원이었다.(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간식으로 가격은 물론 양도 더할 나위 없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스크림 월드콘도 500원 했었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좌) 응답하라 1997(우)


 떡볶이는 학창 시절에 누구나 추억이 있을 법한 음식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1970년대 배경에서 친구와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장면도 있고,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그건 제작자가 의도한 게 아니라, 그저 학교를 마치며 돌아가는 길에 떡볶이를 먹었던 추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남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출된 게 아닐까.

 마치 학창 시절에 떡볶이는 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함께한 간식 같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그렇게 떡볶이에는 누구에게나 추억이 많다.

 그렇기에 간식으로 떡볶이를 찾기도 하고, 편의를 위해서 편의점에는 인스턴트 떡볶이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다 못해 체인점으로 전문적인 떡볶이집이 생기기도 하고, 엽기 떡볶이라는 매콤 달달한 떡볶이가 아닌 무지막지한 떡볶이가 나타나곤 했다. 



 이제는 좀처럼 예전처럼 피카츄 돈가스나, 쉐이크, 양배추 샐러드가 들어간 햄버거, 떡볶이, 어묵을 다 같이 파는 분식집은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괜히 옛날 생각으로 집에서 직접 떡볶이를 해 먹곤 한다.

 고추장과 간장 설탕으로 소스를 만들고, 육수를 따로 만들고, 매번 조리법을 살짝 바꾸면서 해보았다. 어묵 자체에서 멸치 육수가 우려 나온다는 말에 멸치를 적게 넣어 우려 보기도 했고, 무나 다시마에 돼지고기를 살짝 볶아 넣어보기도 했다. 

 매번 떡볶이를 만들 때마다 어릴 적 떡볶이를 생각했던 것 같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백종원의 레시피를 참고하려 떡볶이를 만들어보곤 했지만, 항상 뭔가 미묘했다. 옛날 어렸을 때의 맛을 찾는 내가 너무 감성적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고추장으로 소스를 만들고 육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만큼, 그때그때 맛은 달라졌다. 

 그러다가 과연, '그 분식집은 매번 계량을 했었던 걸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일정한 비율은 있겠지만, 일일이 숫자를 맞춰가면서 계량하고 떡볶이를 만들었을 것 같은 그림이 왠지 그려지지 않았다.

 왠지 '요만큼. 요만큼' 고추장이나 설탕이나 육수를 넣어 섞어 떡볶이를 만드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떡볶이는 계속 따뜻해야 하는 만큼 계속 불이 올라와 있고, 소스가 졸아드는 만큼 물을 또 붓고, 어떨 땐 좀 더 맵고 어떨 땐 좀 더 달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그때 맛이 다르기에 더 기억에 남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분식집에 들린다는 건, 그때 만의 특별함이었던 것 같다.

 맛있는 떡볶이는 먹을 수 있을 언정, 추억의 그대로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래서 오래되어 보이는 분식집에서 추억을 찾으며 분식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김밥천○ 같은 곳에선 도저히 그런 기분은 들지 않으니까.




 정말, 어렸을 땐 왜 그리 떡볶이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나의 경우엔 매일 한 컵은 사 먹어야 하는 게 일과인 수준이었다.

 그만큼 추억이 강하게 남는 분식이다.

 그래서인지, 프랜차이즈 떡볶이 점보다는 지나가는 길에 튀김과 떡볶이 어묵을 파는 분식집이 있다면 왠지 그쪽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만큼 기름때가 많아 보이는 분식집에 추억이 많이 남아있다.

 


 어쩌면 떡볶이는 옛날의 추억을 찾게 만드는 게 아니라, 끝까지 계속 추억을 쌓게 만드는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째 김말이 튀김을 새빨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고 싶어 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술은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