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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Aug 01. 2024

메리 크리스마스! #2-22

까만 리무진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1년 크리스마스.

「 워어어어..~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 ~♬ 」



차 안에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매년 새로운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찾아오지만 캐럴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매년 이 시즌만 되면 머라이어 캐리 누나는 늘 돈방석에 앉아있겠지. 



와이프가 힘차게 캐럴을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통통 튀는 그녀의 음색과 기교. 음원과 와이프의 목소리가 섞여 차 안에는 알 수 없는 소음이 떠다닌다.



이만하면 됐다.

뚝.



"아 왜!! 잘 부르고 있는데 왜 꺼!!"

본인의 콘서트가 강제 종료되자 와이프가 울분을 토한다. 



"유튜브 20분만 들을게. 부동산 시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나에게 차 안에서의 음악은 사치다. 운전하는 시간에는 무조건 경제 관련 유튜브를 듣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마침 조금 전에 [부동산 상승 신호, 하락 신호]의 저자인 익룡님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오랜 투자 경력에 나긋나긋한 목소리까지. 가끔 운전할 때 들으면 졸리긴 하지만 그래도 영상이 업로드되면 항상 챙겨 보고 있다. 



"이번 주 상승 지역을 보면 청주시 외곽인 청원구의 상승세가 눈에 띄구요. 이 지역은 특히 전세가격 상승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청주시 중심에서 외곽까지 온기가 퍼지는 그런 전형적인 풍선효과로.. 즉.."



나잇쑤. 익룡님이 유튜브에서 청주시 청원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르릉... 그르릉... 커어억..!



응?



익룡님의 나긋한 목소리에 와이프가 옆에서 코를 골고 있다. 신발 벗고 쪼그리고 앉아서 잠에 든 와이프의 모습. 어딘가 모르게 짠하다.



연애할 때는 1년 중 가장 특별하게 보내왔던 크리스마스인데, 지금은 크리스마스에 부동산 계약서를 쓰러 가며 꽁꽁 얼어붙은 고속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꼬르르르륵.........!!!!!!



분노에 가득 찬 꼬르륵 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진다. 



이번에도 역시 와이프다. 

코부터 오장육부까지 정말 장군감이다. 



서둘러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죽암휴게소로 들어간다. 밥때 놓치면 예민해지는 반려인이라. 



수많은 메뉴들이 눈앞에 놓여있지만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메뉴를 주문한다.



순두부찌개 하나, 뚝불 하나.





호로로로롭. 

후~ 후~ 츄릅.

크으.......



와이프가 뚝불과 순두부찌개를 번갈아 먹어보더니 아저씨 효과음을 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입가에는 빨간 양념이 묻어있다. 



그런 와이프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에 휴게소에서 순두부찌개와 뚝불을 먹고 있어도 불만 없이 순진하게 웃고 있는 와이프. 와이프 하나는 정말 잘 골랐다. 



서둘러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차에 올라탄다.

이제 오짬읍까지는 약 30분 남았다.



아반떼 이 녀석도 오늘만큼은 본인이 루돌프라도 된 양 신이 나서 요란하게 달린다.



쌔애애애앵- 











전세 계약마저 모두 마무리되었다. 


.

.

.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혼부부 세입자는 부동산 계약이 처음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처음 신혼집 전세 계약할 때 어리버리 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계약 중간에 세입자 부모님이 전세보증금 좀 깎아달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조금 난처하기도 했다.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 소리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부동산 아주머니가 중간에서 잘 커트해줘서 다행이다. 



"이분들도 자금 계획을 딱 맞게 준비해온 분들이라 전세금 조율은 힘드세요..^^" 



정말 센스쟁이. 내 입으로 싫은 소리 하지 않고 단칼에 잘 거절하게 되었다. 



부동산 계약이란 게 도장만 찍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면서도 참 어려운 듯하다. 



매수인, 매도인, 임차인, 공인중개사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싸게 사고 싶은 사람, 비싸게 팔고 싶은 사람, 예쁘고 저렴한 집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싶은 사람들. 그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계약이 성사된다. 



합리적인 협의점을 찾았다 생각해도 이 판에서는 늘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과거 전셋집의 집주인이었던 법인 투자자는 이득을 보고 세입자였던 나는 기회비용을 손해 봤던 것처럼.



이번 오짬읍 투자로 인해 웃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현시점 최고가에 매도한 매도인? 지금이 저점이다 생각하며 최고가에 매수한 나? 아니면 예쁜 집에서 안전하게 전세로 신혼을 시작하는 세입자?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넉넉지 못했던 어린 시절, 그 돈에 대한 결핍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와이프에 대한 사랑이 나를 책을 읽는 사람으로 만들어줬으며, 수많은 책들에서 강조한 실행력은 나를 임장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조급함이라는 감정까지 더해져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게 된 것이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2주택자가 되었다. 



이제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집값이 오를 때까지.






차가운 바깥공기와는 다르게 차 안의 공기는 따스하다. 



텅 빈 뒷자리에 반듯하게 놓여있는 부동산 계약서는 차 안의 공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니, 포근함을 넘어 포만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오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고자 유튜브 대신 라디오를 틀어본다.



치직. 치지직-



세상이 좋아지고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는데도 왜 라디오는 늘 치직 거리는 지 모르겠다. 



「 2021년 성탄절 오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시각 거리는 오색 빛 크리스마스트리와 성탄절을 즐기러 나온 성탄 인파로 가득한데요, 노래 한 곡 듣고 오겠습니다. 하루 종일 캐럴만 들었을 청취자분들을 위해 이번에는 다른 노래를 준비해 봤습니다! BEO의 리무진! 」



쳇. 

나는 캐럴이 듣고 싶어서 라디오를 틀어 놓은 건데. 듣보잡 노래라니.



[ 까만 리무진 보며

꿈을 키웠지

언젠가는 나도 저걸 갖게 될 거야

커다란 리무진에서 내가 내리지

변한 것은 내가 아닌 삶의 무게 they don't know ]


.

.

.


가사를 듣다 보니 울컥한다. 

성공을 향한 열망과 열정을 표현한 노래. 



부자가 되기 위해 꿈을 키우고 있는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몽글몽글해진 마음을 그냥 두기는 아까워 와이프에게 뜬금없는 고백을 해본다. 



"단아야,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게 해줘서 고마워. 내가 꼭 여보 40세에 조기 은퇴하게 해줄게. 내 맘 알지?"



와이프가 어여쁘게 씽긋 웃으며 이야기한다.



"다 알지. 나도 고마워. 우리 얼른 대전 가서 홈 파티하자! 스테이크도 굽고 와인도 마시는 거야. 우리도 이제 크리스마스를 즐겨보는 거야!!"






매서운 칼바람과 강추위로 11년 만에 가장 춥다는 크리스마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어떤 크리스마스보다 따듯한 2021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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