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가 내게 주어졌다.
고요한 이른 아침, 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잠시 숨을 고른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며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볼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군가는 계획표를 빼곡히 채우며 하루를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들을 따라가며 하루를 보낸다.
하고 싶은 일도 있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같은 스물네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벅차도록 귀한 시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심히 흘러가는 평범한 날이 되기도 한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평범한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날일까.
어떤 날은 그 평범함 덕분에 숨을 고르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아무 일 없었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로 다가오는 날도 있다.
아침이 분주해지면 마음도 함께 바빠진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흔들리고,
무심코 던진 말이 집안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나부터 조심하려 한다.
우리 집은 내가 웃으면 조금 더 환해지고, 내가 가라앉으면 금세 조용해진다.
그 사실을 알기에 작은 기지개를 켜고, 짧은 아침 인사에도 마음을 담는다.
오늘 하루의 분위기는 어쩌면 그 순간에서 시작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내 시간의 대부분을 기꺼이 내어준다.
그러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 늦게 배웠다.
나를 돌보는 일은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나만을 향할 때 마음은 금세
좁아진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내 자리를 조금 내어주고 마음 한켠을 나눌 수 있을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마음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으로,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으로.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내다 보면 그 하루들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오늘을 조금 더 마음을 담아 살아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이 유난히 길고 고단했던 누군가의 하루 끝에 이 글이 조용히 닿기를 바라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