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가 내게 주어졌다.
고요한 이른 아침, 하루의 시작에 잠시 큰 숨을 들이마시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계획표를 꼼꼼히 짜며 하루를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들을 따라가며 하루를 채워간다. 하고 싶은 일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도 많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이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귀하고 값진 시간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려보내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날은 그런 평범함이 오히려 쉼이 되어주고, 한 템포 느린 여유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결국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음을 조금 더 담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들어갈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아침이 분주해지면 마음도 조급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툭 내뱉어버리는 말 한마디가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나부터 조심하려고 한다.
우리 집은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무드가 가라앉아 있으면 아이들과 남편에게까지 금세 그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아침에는 더 밝은 얼굴로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 일부러 더 활기차게, 기운차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애쓴다. 작은 기지개 하나, 짧은 아침 인사 한마디에도 마음을 담아보려고 한다.
오늘이라는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그 주어진 시간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하루를 더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소중한 하루 안에서 마주치는 누군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함께하는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아이들과 남편에게 내 시간의 대부분을 기꺼이 내어준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돌볼 틈이 없어 지칠 때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다. 나를 돌보는 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오래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니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때로는 그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그 시간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나만큼이나,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돌아보며 살아갈 때, 내 세상은 더 넓어지고,
내 주위는 더 따뜻해진다.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나누고, 마음 한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의 삶에는
여유와 넉넉함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나눌 수 없으니까.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마음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나를 만드신 분의 뜻을 따라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으로 말이다.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내다 보면,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날들이 결국 내 인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생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나 자신에게도 감사로 남는 날들이 된다면, 그보다 더 귀한 삶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이 유난히 길고 고단하게 느껴지는 누군가의 하루 끝에,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혼자인 듯한 외로움 속에, 작은 온기로 스며드는 문장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