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컨트롤
나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났다.
화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끄적여본다.
우리 집의 모든 집안일과 청소는 늘 내가 해왔다. 모든 궂은일을 나만 한다고 느껴져 화장실 청소를 남편에게 넘겼다. 그런데 남편은 못하는 건지 귀찮은 건지 청소를 대충 해놓은 덕분에 물 때와 곰팡이, 찌든 때까지 결국 내가 다시 맡아 청소를 해야 했다. ‘못하는 걸 어떡하겠어.‘ 하며 참고 넘어갔다. 어느 날 설거지를 해주겠다고 나선 남편. 다음 날 아침, 그릇을 꺼내려다 겉면까지 기름이 번들거리는 걸 보고 또 한숨이 나왔다. 결국 또 내가 다시 다 닦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신경 써서 해달라고 부탁하고, 한 번 더 넘어갔다.
며칠 전 빨래가 문제였다. 젖은 수건에서 냄새가 날까 봐 밤늦게 세탁기를 돌렸다. 남편이 “드라이는 내가 해줄게”라며 자라고 해서 믿고 맡겼다. 그런데 다음 날 세탁실에 갔더니 드라이어에 있어야 할 빨래가 이미 퀴퀴한 냄새가 배어 세탁기 안에 그대로 있었다. 순간 참아왔던 화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은 언제 가장 화를 많이 낼까 생각해 봤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기대했던 결과가 어긋났을 때 화가 난다. 누군가에게 실망했을 때, 잘못된 행동을 보거나 듣기 싫은 말을 들었을 때도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오해를 받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오르고, 내 마음을 몰라줄 때, 내가 노력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때도 화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화를 낸다.
언제, 왜 화가 나는지 곱씹어 본 이유는 요즘 나 자신이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어서이다. 나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나를 제외하면 크게 화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면 남편도 아이들도 내 눈치를 보고 조용해진다. 집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 결국 나도 마음이 편치 않다.
안 좋은 상황에서 “이 정도면 화를 낼만 해”라는 계산 끝에 화를 내는 게 아니다. 그저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어김없이 집안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다스리고 지혜롭게 넘어가 보려 애쓴다.
그런데 내가 화를 참았다고 생각했을 때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데 서툴다. 그건 자신이 희망하거나 바라는 대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까운 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더 정확히 들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짜증과 화가 많아졌다면? 그건 마음이 지쳐 있다는
신호다. 그러니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몸이 지치거나 힘들 때, 또는 배가 고플 때도 사람들은 쉽게 짜증을 낸다. 그러니 화가 나려고 할 때 단 5분이라도 자리를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가 본다. 달달한 간식을 먹거나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마셔도 좋다. 산책을 하거나 커피 또는 티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각자 자신만의 감정을 달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지혜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화가 날 것 같을 때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자꾸 그러면 화가 날 것 같아”라고 상대방에게 말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warning을 주는 거다. 그러면 서로 조심하게 되고 상황이 커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치고 피곤할 때 커피와 간식을 챙겨 방으로 들어가 잠시 문을 닫고 쉬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러도 “엄마 잠깐만 쉴게”라고 말하고 몇 분 후에 나가겠다고 하면 아이들도 이해하고 기다려준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화를 내고 있다면 우선 멈춰서 보자.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멈춰야 한다. 화를 내고 괜찮다는 말로 가볍게 넘어가게 되면 화는 낼수록 점점 더 쉽게, 더 크게 내게 되고 결국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는 나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누구도 화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낸다면 더 크게 버럭 했을 것이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주지 않아야 한다.
굳게 다짐하고 다짐해도 또다시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마음을 먹었기에 그 횟수가 조금씩 줄게 되고 화내는 횟수가 줄면 화의 크기도 줄어든다. 화를 자주 내던 사람에서 화를 잘 안내는 사람으로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고 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성숙한 어른이다. 나는 성숙한 어른이고 싶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 더 나은 나로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에 감사하며
멋진 오늘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