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사람들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가.
곁에 있던 사람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상실은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많이 겪었다고 해서 무뎌지지 않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때로는 섣부른 위로가 더 아프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필요 없다.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 시간이 조금은 빨리 지나가기를,
숨이 막히는 오늘이 무사히 저물기를 기다릴 뿐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남편을 잃으셨다.
그렇기에 그 아픔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하고 싶지만,
상처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함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마음은
당시에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삶에서 색깔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생동감도, 생기도 다 빠져나가 허무함만
남은 그 인생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고.
바람이 부는지도, 추운 지도, 아픈지도
모를 만큼.. 죽을 수 없어서 그저 살았다고
하셨다. 그러다 남아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셨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삶에 색이 돌아왔다고
하셨다. 무채색이었던 일상에 서서히 빛깔이
스며들었고,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과 설움 앞에
조용히 눈물지으며 그렇게 30년이 훌쩍 흘렀다.
어릴 땐 어머니의 아픔과 외로움을 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안다.
남편이 있고, 아이를 키우며,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낀다.
곁에 있을 땐 몰랐던 그 빈자리의 무게를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그 가치를 자주 잊는다.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바라보려 한다.
말 한마디를 더 아끼고,
고마움을 더 표현하고,
가능하다면
힘겨워하는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
상실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아 있는 시간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한다.
오늘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루라는 것을
잊지 않으며,
그렇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