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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 대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

by 북짱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가. 떠나보낸 적이 있는가.

곁에 있던 사람을 잃어본 사람만이 상실의 아픔을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고통은 말로 설명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겪었다고 해서 무뎌지는 것이 아니며,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때론 섣부른 위로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가슴 깊이 박히기도 한다.




사실, 아무 말이 필요 없다.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 힘든 시간이 조금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밖에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시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함께 아파하며 곁을 지키고 있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그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그렇게 기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힘들 때 늘 그 곁에 있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잠깐은 같이 있을 수 있지만 꾸준히 그 곁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 곁에 있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그 작은 곁조차 내어 줄 마음의 자리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도 마음에 생채기가 나서 작은 상처도 자꾸만 크게 다가와서 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이 연약해져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남편을 잃으셨다.

그렇기에 그 아픔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과 상처가 다 다르기에, 그 아픔을 다 안다 말할 수 없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마음은 당시에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삶에서 색깔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생동감도, 생기도 다 빠져나가 허무함만 남은 그 인생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고. 바람이 부는지도, 추운 지도, 아픈지도 모를 만큼.. 죽을 수 없어서 그저 살아냈다고 하셨다. 그러다 남아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셨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삶에 색이 돌아왔다고 하셨다. 무채색이었던 일상에 서서히 빛깔이 스며들었고,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과 설움 앞에 조용히 눈물지으며 그렇게 30년이 훌쩍 흘렀다.




어릴 땐 어머니의 아픔과 외로움을 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안다. 남편이 있고, 아이를 키우며,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낀다. 곁에 있을 땐 몰랐던 그 빈자리의 무게를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그 가치를 놓칠 때가 많다. 고마움도, 감사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힘겨워하는 누군가에게 내 한쪽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따뜻함이 내 안에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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